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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아비투스와 공짜

어느 유튜버 여행가가 유럽을 여행하다가 국경을 통과한 후 노점상 할머니와 소통을 하는데 이색적이고 훈훈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상업적 거래와는 무관하게 한 노점상 할머니가 이방인에 대한 환대와 친절함으로 물건을 공짜로 준다 여행자의 답례금을 끝끝내 거절하는 것이 마치 할머니가 손자를 대하는 예전의 우리 사회를 연상 시킨다

이 장면을 보자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라는 개념이 떠오른다
인간의 제 2의 본성과도 같은 사회 집단의 습속, 습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은 일정한 계급이나 분파의 관행을 생성하고 지속 시키는 원칙을 말하는 부르디외의 개념이다
이것은 의식이나 언어보다 근본적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이고 집단적으로 계승된다고 한다

오늘날의 우리는 자본주의식 생활방식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체화되어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당연히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
돈으로 모든 재화나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자본주의의 아비투스에 물들어 있다

<공짜는 없다>는 말은 시장의 논리로 보면 맞는 말이지만 시장 논리를 떠나면 맞지 않을 수 있다
이 노점상 할머니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에게 선뜻 작은 선물로 증여 행위를 한 것이다
일종의 전자본주의 아비투스인 것이다

이 흐뭇한 모습을 보면서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항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돈의 포로로 살아가는 비정한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대안의 실마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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