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새로운 볼거리, 동행자들을 포착하고 저장하고 운반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이 엄청난 속도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그 열매를 모두가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삼각대를 이용하기도 하고 팔을 쭉 뻗어 간편하게 사진을 찍기도 한다
셀카를 즐기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난다
그들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서사의 제작과 같은 일을 즐긴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도 어지간한 기능을 척척 알아서 수행하는 촬영 기능에 힘 입어 누구라도 촬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색다르거나 보존하고 싶은 장면이 렌즈의 포착 대상이 된다
몇 번의 가벼운 터치만으로 기념할만한 외적 이미지를 모아두려고 한다
이런 영상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는 매우 성능이 좋은 장치를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이다
간편하고 신속하게 포착된 영상과 효율적인 저장 매체는 타매체에 이동하고 확산 시키기도 좋아서 하나의 기록물이 된다
이런 개별적이고 편린적인 기록물들이 쌓여 삶을 보조하는 수단이 되고, 증거하고 아름답게 하는 다큐가 된다
필름, 현상, 인화는 이전 세대의 유물이 되었지만 아득한 추억들을 회고하게 한 공로를 잊을 수 없다
비록 반세기가 지난 흑백 사진이라고 해도, 비록 선명도가 형편 없다지만 오랜 시간을 품은 역사성과 희소성으로 추억의 아우라를 풍긴다
현실에서 재생 불가능한 죽은 가족과 친구, 이미 사라진 고향의 풍경, 첫 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낡은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고 보완하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한다
예전에는 직업적인 사진사가 있었지만 이제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필요하여 많은 사진관들이 폐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창읍에서 사진관(스튜디오)을 하는 친구 하나는 급변하는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기술을 따라잡으며 수십 년간 당당하게 간판을 유지했다 관내 학교의 앨범을 죄다 제작할만큼 영향력과 신용을 갖추었지만 근래에는 죽을 쑤는 판이라며 고충을 토로한다
스마트폰의 위력 앞에 고객을 잃은 것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십대부터 사진 기술을 배우던 친구는 중학교에 다니는 나에게 암실에서 필름을 수정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직업인으로서 어깨를 으쓱거렸고 나는 신기한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던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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