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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웹에 동원되는 사람들

60년 대의 농촌에서 살았던 우리는 마을 공동의 일인 보를 막는 일과 도로 보수에 동원되었다
나라에 동원되어 병역의 의무라는 멍에를 지고 젊음을 바쳤다
자유와 권리라는 기본권을 유보하고 희생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감내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이 동원되고 있다
몇몇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모든 생활 공간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상상을 초월한다
잠시를 멈추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빨려들어가듯이,온 정신을 집중하며 일에 열중한다
손가락으로 애무하듯이, 눈동자는 쏘아보는듯 하고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부동의 무서운 집중으로 목과 마음이 빨려들어간다
요지경에는 온 세계의 소식과 지식과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원하는 어떤 욕망도 신속히 해결해 주는 마법의 상자 스마트폰이다
액정 화면 안으로 들어온 은행, 도서관, 스타디움, 백화점, 언론사, 콘서트홀, 영화관들의 편리함과 유혹에 환호하며 빠져든 것이다
또 하나의 미디어 혁명이 시작한 때는 채 20년이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동원되고 있다  
제 좋아서 하는 일이라 동원되는 줄도 모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도구라고 여기는데 어느새 사람이 스마트폰에게 조종을 당한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이는 무기력하고 멍한 바보가 되는 걸 보면 우상이 따로 없다
손길이 닿는 거리 안에, 잠시의 시간만 있어도 스마트폰의 달콤한 유혹의 포로가 된다

누가 주체고 누가 대상인지 모호하다
가상의 세계와 현실세계가 모호하다
이 뉴미디어는 60년대의 컬러 TV로 상징되는 미디어 혁명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놀라운 질적 양적 변화를 초래했다
정보가 발신자에서 수신자로 흐르는 일방 소통이 아니라 쌍방 또는 다방향이다
어떤 기사에 댓글을 달고, 블로그에 게스트가 의견을 달고 엄지척을 한다
SNS, 유튜브들이 정보를 무한대로 확산한다

웹자본주의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활개를 치며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공룡처럼 거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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