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탐탁치 않게 여겼던 내가 애호가로 돌아서는 솔직한 고백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애 써서 끓인 호박죽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별로 당기지 않는다는 궁색한 이유만으로 호박이 지닌 다양한 맛과 영양소의 가치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경솔함을 후회한다
호박꽃도 꽃이더냐고 하는 말이나 잘 생기지 않은 얼굴을 호박에 비유하는 민간의 속설도 호박의 가치를 절하한다
그런데도 유독 늙은 호박만은 인정을 받으니 간신히 호박의 체통은 세웠다
늙은 사람은 예전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존경과 위엄의 상징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성과사회에서는 천덕꾸러기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그런 처지의 노인들에 비하면 늙은 호박이 제대로 대접을 받으니 재미있다
껍질이 녹색이고 부드러운 풋호박도 나물이나 국거리 전 등으로 인기가 있지만 황금색 단단한 육질을 가진 늙은 호박은 땅의 기운과 햇빛을 온 몸에 저장한 대기만성형으로 그 가치가 높다
수확을 늦추어 양분을 과육이나 씨에 저장하여 후대에 전승하려는 유전자의 원대한 계획이 담겨있다
내가 호박 애호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체험을 통한 학습에 있다
지인 한 분이 일본 단호박이라며 씨앗 몇 톨을 포항에서 받아온데서 시작되었다
구덩이를 넓고 깊게 파고 퇴비를 많이 주고 자주 물도 주고 얼마나 자랐나 들여다 보며 관심을 기울인 성의가 예전의 편협함에서 벗어난 것이다
여러 자료를 검색해 보니까 호박의 베타카로틴이란 성분이 세포를 늙고 병들게 하지 않는 항산화 작용을 한단다 꾸준한 섭취로 면역력을 기르고 질병을 예방하며 호박의 맛을 즐겨야겠다
늙은 호박은 위대하다
늙어가는 것도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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