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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추석 잘 쇠었소?

추석 잘 쇴습니까?

명절이 지나고 이웃들의 의례적인 인삿말이 정겹다
미래로 갈수록 이런 인사는 통용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전통사회에서 명절은 공동체적 축일이고 축제다 함께 누림의 축제다
명절은 객지에서 떠돌던 이방인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본향으로의 귀속이었다
피붙이들과의 상봉과 연대, 나눔의 계기를 제공하는 명절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종적 흐름에서 이어지는 인연들과 함께 누리는 축일이다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왔고 묻힌 선영이 있어 내 생명의 근원을 추적하고 현재의 가족, 일가 친척들과 교유하는 계기가 된다
귀향을 통해 정든 땅에서 추억을 공유하는 이웃들,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철들어 살아온 세월이 반세기가 넘다보니 예전의 명절과 다른 변화되어 가는 명절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 구조가 변화하고 가치관이 달라지니 해가 갈수록 새로운 풍속들이 생겨난다
당연한 귀결인 것을 아쉬워한들 어쩔 것인가 자칫하다가는 시대의 흐름을 유연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인네의 옹고집이나 투정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세월을 통해 이어지는 전통의 바탕에 있는 고귀한 정신들을 망각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부나비의 쾌락을 쫒기만 해서도 안될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어떻게 해야 추석을 잘 쇠는 일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예전에는 고향이나 부모를 찾아뵙지 않으면 불효란 딱지를 붙이기도 했지만 이 시대에는 통용되기 어려운 관습이다

다만 그리움이 불쑥 고개를 내밀고 들어온다
추석을 쇠려고 마을에 돼지 목따는 소리 들리고 마침내 우리 아부지가 나를 불러
"섭아 이거 엄마 갖다 드려라"
지푸라기 서넛으로 감싼 갓 잡은 돼지고기 한 움큼을 건네주던 음성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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