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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막돌들의 어울림 마당


돌에도 계급이랄까, 신분이랄까, 팔자 같은 것이 있다
관청이나 공원, 으리으리한 집에는 매끈하고 반듯하게 손질한 몸값깨나 나가는 돌이 입양된다
바위산에서 거대한 덩어리로 채취되어 석재 가공장에서 거대한 원형톱으로 재단된 화강암이 용도별로 만들어진 돌은 말하자면 돌의 귀족인 성골인 셈이다
그 중에도 대운을 타고난 돌은 부처님의 되기도 하고 궁궐의 초석이 되기도 한다
고귀한 신분에 걸맞게 성형 외과 의사 같은 석수들의 신기로 다듬어진 고귀한 명품으로 탄생한다


이 깊은 산골에는 태생이 미천하여 천대받는 돌멩이들이 부지기수로 널려있고 묻혀있다
덩치가 큰 놈 조그만 놈, 농부의 밭에서 추방 당해 한 쪽 귀퉁이를 잃은 놈, 땅속에 매몰된 긴 세월에 부황병으로 병약한 놈, 심지어 냇가에서 물살에 구르다 동글동글해진 놈,  등등 저마다 사연이 있어도 어디 한 번 하소연해 본 적이라곤 없다
제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돌들은 모두가 모체로 부터 떨어져 나온 분신들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머리통이 깨지거나 사지가 성한데가 없이 날카로운 모서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돌을 싸잡아 막돌이라 한다
막돌들은 외롭고 아프고 보잘 것 없이 버려진 돌이다
그런 막돌들을 끌어 모아 놓으니 동병상련이라더니, 제 팔 하나를 옆에 어깨에 척 걸치는가 하면 잔돌이 큰 돌의 틈지기에서 편안히 쉬는가 하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제일 잘 생긴 얼굴 한 면을 겉으로 내보이며 파안대소를 하는가 하면, 이제 믿고 의지할 한 몸체로 살아가자며 대동단결을 외치기도 한다
모진 칼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자며 깍지 끼고 팔장을 끼고 밝은 표정을 짓는다
그 중에 당당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잘 생긴 돌부처님도 억겁 세월의 풍상에 귀퉁이 떨어지고 구르다 우리 공동체의 모퉁이를 받치는 돌이 될 수 있는 것이라오
우리는 이런 몰골을 원망하고 탓하지 않는다오 운명이라 여기고 순응하며 견디는 돌의 마음을 가쳤기 때문이오
우리 이제는 서럽고 아프지 않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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