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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돌도끼 한 개의 사유

구석기 유물이라는 손도끼를 처음 대하자 미소가 배어나왔다
이 미소에는 후세 문명인의 편견, 무사유와 교만이 담겨있다
저 원시적인 도구의 효용성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은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한 무사유의 전형이다
손도끼 하나를 며칠동안 바라보니 미소가 사라지고 궁금증으로 진지해진다
이 돌도끼가 실제로 사용되던 때를 상상력으로 되돌아가 보고 싶은 충동이 솟아난다

날이 없는 둥근 부분은 사람의 손아귀에 쏙 들어올만한 크기다
이 자그마한 돌은 무관심에 방치하면 원시시대의 연장이라기보다 그저 무심히 버려진 돌멩이 한 개에 불과하다 단지 전문적 식견을 가진 매의 눈으로 볼 때 구석기의 유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이다
이 구석기 유물 한 개를 바라보는 태도가 놀라울만치 달라져 호기심이 발동하고 엄숙해지기도 한다
몇 억 년인지 그 깊이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세월동안 형체를 유지해 온 것만으로도 놀랍다
이 말없이 버려진 유물을 찾아내는 인류의 가상한 노력에도 찬사를 쏟고 싶다

태초의 인류는 의식을 지닌 영리함을 지니지 못한 동물적 상태였다 동물처럼 네 발로 걷다가 땅과 수평으로 걷다가 차츰 차츰 허리를 세우는데 걸린 시간의 역사는 아득하다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인류가 이룩한 어떤 문명보다 찬란하고 혁명적인 사건이다
이제는 걷는 일을 하던 앞 쪽의 두 다리가 걷고 달리는 일에서 해방되니 할 수 있는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몸의 균형을 잡으려 무언가를 잡고, 도구를 쥐고 온갖 일을 할 수 있었다
두 발로 서니 시야가 넓어져 위험을 감지하기 쉽고 세계를 관찰하는 안목이 넓어지고 이런 유리한 조건이 뇌의 용량을 늘려 간다

빈 손을 보다 알차게 사용하는 방법은 쓸모있는 도구나 연장을 찾아내는 일이다
나무나 돌은 생활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였다
수렵이나 채취를 할 때나 싸움에서 공격이나 방어용 무기로 이용했을 것이다

이 돌도끼는 먹을거리를 손질할 때 적절히 이용했을 것인데 문명에 길들여져 퇴화된 내 감각으로는 막연히 이해할 뿐이다
다만 이 연장을 사용할 때와 맨 손으로 일할 때와의 차이는 현저했을 것이다
당대의 이 돌도끼는 한 무리의 매우 소중한 재산이거나 아끼는 연장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들은 돌의 일부분을 내리쳐서 떼 내는(뗀석기) 수법을 연습했을 것이고 그런 능력을 가진 이를 인정해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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