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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새해 달력을 걸며


새해 달력을 건다
똘똘 말려있던 12장의 종이들이 말렸던 관성으로 허리를 아직 꼿꼿이 펴지 못하지만 시간 문제다
농협에서 나누어 준 달력은 농사 짓는 노인들을 배려하여 활자도 굵직하고 메모할 여백도 두고 음력, 절기, 손없는 날 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달력에는 인류의 공동 경험의 소산이고 지혜가 압축된 정신이 담겨있다

달력은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무언의 기호로 나를 보필한다
어린 시절에는 설이나 추석 명절이나 생일을 먼저 찾아보며 잠재된 기다림을 즐겼고 나중에는 부모님 기일을 표시하기도 했고, 현직에 있을 때는 연휴가 몇 번인지를 찾으며 환호와 실망을 유발하기도 했다
가족들 생일을 기록하는 취향이 아니라 생일 그냥 지나가기를 예사롭게 여기며 서운해 하지도 않는 별난(?) 사람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은 매일 무의식적으로 요일을 의식하는데 백수(?)의 여유로움으로 출근의 부담이 없어 요일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다만 규칙적 헬스 운동을 위해 의식을 하게 된다 가끔 읍내 5일장을 가야할 때 달력에 눈을 돌린다

달력은 기다림의 긍정성과 망각의 부정성을 예방한다
달력은 365개의 시간 재료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잠재태의 상징이고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시간의 플랫폼이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활인의 합리성과 야무진 각오를 하게 되는데 그 원바탕으로 들어가 보면 삶의 막바지 종착지를 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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