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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연밥

 

북송의 학자 주무숙은 애련설에서 말한다.

"내가 연꽃을 사랑한 이유는 진흙속에서 났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기 때문이다.

속이 비어 사심이 없고, 가지가 뻗지 않아 흔들림이 없다.

그 그윽한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높은 품격은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한다."

 

 

예전에 연밥 세 개를 얻은 적이 있어

눈이 자주 가는 곳에 두고 볼 때마다 참 좋아했다.

언젠가는 연밥을

나무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더니.....

 

 

 

 

 

 

공예 소품으로 멋진 소재다.

겉 모양이 쭈글쭈글하여 더욱 앙증스런

사발 하나씩을 줄기 끝에 달고

연못에 봉긋 솟아오른

여인의 유방 같은 저 모습......

슬쩍 한 번 만져보고 싶다.

 

 

구강기로 퇴행해

입술로 힘껏 빨아보고 싶은

무의식적 충동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피부가 팽팽한 윤기나는 연밥보다

말라서 주름진 연밥이 더 내 마음을 끈다.

 

여건이 닿는대로 집안에 작은 연못 하나를 파고

연꽃을 심어두고 싶다.

 

 

 

 

포근하다.

연육이 마르고 비우니

아늑한 방에 여백이 생긴다.

저 작은 방에 들어가면  고요하겠다.

 

 

 

소나무와 느티나무로 작업을 시작한다.

소나무는 연습용으로 하고 느티나무 3개는 작품용이다.

 

 

 

 

 

 

 

 

 

 

 

 

 

 

씨방이 포근한 공간에서 아늑하다.

일일이 한 개씩을 깎아서 만든다.

연밥에 수분이 많이 빠질수록

노인처럼 쭈글쭈글하고 대칭 구도에서 벗어난다.

 

허허

마치 선방에 든 선승 같지 않은가?

                                                            面壁(면벽) 수행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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