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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금낭화 : 기다림의 초롱

 

 

 

금낭화(金囊花)는 한자로 보면 금이 담긴 주머니를 닮은 꽃이다.

금가루를 담은 복주머니 꽃인데 형태가 독특하고 현란한 색이 눈부시다.

 

집 입구에 금낭화가 사철 피어있는 나무꽃을 만들고 싶다.

나는 이 꽃을 피워서 초롱불을 켜고 기다릴 것이다.

 

애타는 그리움을 나무꽃으로 위안하며

아름다운 내 님을 말없이 기다릴 것이다.

 

 

 

 

여섯 개의 꽃을 만들려고 느릅나무를 도끼로 켠다.

호두나무 두꺼운 판재가 한 켠에 있어 활용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꽃에 대한 창작의 즐거움을 맛보고

금낭화에 대해 온전한 체험을 하게 되고

이런 체험이 내 삶을 정화 시키고 삶의 기쁨을 가져다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공을 하면서 훌륭한 결과물을 생산하는 일이 주가 된다.

그러다보니 목공 작업의 과정은 결과물 산출을 위한 종속적 수단으로 간주하지만

나는 이런 과정 자체를 결과물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과정들을 사진을 첨부한 기록으로 남긴다.

작업을 하면서 어떠한 생각들이 스쳐갔는지,

어떤 도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을

리뷰할 수 있으며 이런 자세는 더욱 내적 동기를 강화 시키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공정이 결과물 산출까지 일관성있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의 기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자귀질을 즐긴다.

목수에게 자귀질은 호흡과도 같은 것이다.

 

옛날 목수들은 자귀 하나로 못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힘의 강도를 조절하여 원하는 부분에 집중하여 깎아내는 작업은

마치 선승이 염주알을 굴리는 일과 뭐가 다르겠는가?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서 능률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얻는 내면적 성취감과 일상선을 체험하는 충만감이랄까....

나는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생산 방식에서 매우 자유롭다.

소비자가 있어 시장의 요구라는 압박감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

참으로 내가 원하는 테마를 내게 허용된 수준 안에서 욕심없이 누리고 싶다.

 

나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의무도 없다.

작업의 전체 과정을 통해서 참으로 존재하고 싶은 것이다.

수천 수만번의 자귀질이 나를 온전한 하나에 집중하게 하고 

세속잡사의 허황한 생각에서 나를 지켜주는 의식이 될 수도 있다. 

 

 

 

 

 

작업을 하지 않는 밤에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금낭화꽃들을 본다.

이렇게 주옥 같은 꽃들을 온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금낭화 줄기와 가지들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 것은

순전히 내 주관일 뿐이다.

꽃들이 모두 고정된 한가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생육 과정에 따라 꽃의 형태가 변화해 가니 신기하고 찬탄을 금치 못한다.

 

 

 

 

 

 

홀로 작업을 하다보면 심심하여 독백을 하기도 한다.

"그대는 무얼 하오?"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소. 혹시나 쓸모없는 일이 쓸모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오."

라며 빙긋이 웃는다.

 

 

 

 

 

느릅나무는 자귀나 조각도를 잘 받아들인다.

칼맛이랄까?

금낭화꽃은 시기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긴 가지에 시기별로 다른 곷들을 배열하고 싶다..

 

 

 

 

아름다움의 바탕에는 조화와 균형의 원리가 있으리라.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실물을 복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리라.

그러나 꽃이 생기가 있고 균형이 잡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