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벗 용택에게
국화 한 송이를 올린다.
희로애락도, 명암도 시간도, 인연도 없는
空의 세계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나. 벗이여.
시인들이 술마시는 영안실
정호승
희미한 영안실 형광등 불빛 아래
시인들이 편육 몇 점에 술을 마신다
언제나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는다고
죽음은 용서가 아니라고
사랑도 어둠이었다고
누구의 컵라면을 국물째 들이켜며
철없는 짐승인 양 술에 취한다
꽃이 죽어서도 아름답더냐
왜 발도 없이 인생을 돌아다녔나
겨울 나뭇가지 끝에 달린 이파리처럼
어린 상주는 꼬부라져 영정 앞에 잠이 들고
뒤늦게 누가 보낸 화환인가
트럭에 실려온 흰 백합들이
하는 수 없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달 없는 하늘에 별들만 푸른데
영안실의 밤은 깊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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