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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창현선생의 고희전 韻墨 감상

 

 

창현선생의 古稀展 圖錄을 펼쳐본다.

선생의 문하 한 末席에서 현대의 선비 정신을 배우려

짧은 붓을 놓지 않으려 분투하는 서한당으로 말미암은 인연이다.

 

고희가 되어서도 새로운 수묵의 경지를 추구하며

중국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교류전이나 개인전을

기획하는 열정이 청년못지 않다. 

 

 

 

이런 類의 韻墨을 감상하자니

원체 수묵화에 대한 기초 소양이 부족하여

수묵의 사상과 역사를 두루두루 읽어보지만

아직도 수박 껍질을 핥고 있는 중이니.....

 

 

그림을 바라본다.

하늘을 빙빙 도는 솔개처럼 유유자적하더니

갑자기 벼락이 치듯 급강하하자

놀란 토끼가 혼신의 힘으로 도주를 한다.

 

 

잠순간이다.

작가의 卽發的 감성에 의해 순간적으로 운용된 것이다.

마치 불가에서 단박에 교리를 듣고 깨우치는 頓悟에 비유된다.

저 망설임 없는 한 획을 긋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을 것인가?

筆과 墨이 지니는 모든 이치와 섭리를 터득하기 위해

칠순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인지를 생각하니 感慨 無量이다

아! 이래서 수묵화의 표현 과정을 一超直入이라 했던가?

 

남제 謝赫의 六法論에서 가장 먼저 논하는 것이

                                                           氣運生動이라 하여 천지 만물이 지니는 생생한 느낌이고

                                                            다음이 骨法用筆이라 하여 선인의 필체의 품격이나 골법의 습득을

                                                            비롯한 붓놀림에 관한 기법이라고 하였다.

 

 

 

 

 

수묵화를 대할 때는 시각적인 접근이나 해석보다는

그 본질적인 性情과 섭리를 터득해야 한다는 말에 주목한다.

수묵화, 南宗畵, 文人畵의 始祖를 唐代의 王維로 보는 이유가

시인으로서의 그의 사상과 학문, 인격적인 차원에서

사의적인 경지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수묵화의 사상적 근원이 되는 것으로

得意妄想이라 하여 뜻을 얻으면 그 형상을 잊으라 하였던가?

일체의 만물이 갖는 색채 개념을 초월하여

현학적인 세계로 이어지는 玄化無言의 경지는

수묵화의 함축과 절제의 바탕이 된다.

 

 

수묵화는 寫意的이다.

‘이 그림이 어떤 형상을 그린 것인가? ’라는 의문은

이런 형식을 통해 어떤 의식, 정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인지로 치환되어야 한다.

형상을 가볍게 여기고 정신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묵화의 사의적 특성은

사물들의 색채 의식을 일탈하여 玄學的인 경지를 추구한다.

그리고 필묵은 그 내용의 정신성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그 형식에 담겨진 사의적 경지가 생명이 된다.

 

 

 

 

 

농묵과 담묵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마치 태극의 음양을 연상 시킨다.

이 지극히 단순한 필묵에 온 우주가 응축되어 있다.

자연과 사물에 대한 깊은 관조가 엿보인다.

천지만물의 섭리와 이치를 함축하기 위해

현상적인 사물들은 모두 여백에 잠기게 하였다.

물과 墨과 붓이라는 예민한 재료가

종이에 퍼지며 서로 융합하며 스미고 밀어내는

오묘한 원리를 작가는 遊戱하고 있다.

 

 

 

 

수묵화는 선승이 구도하며 默言하듯

無言의 예술 사상을 여백으로 드러낸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을 오히려 생략함으로써

함축적인 상상력을 자극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런 기법은 글씨에 있어서도

필획의 字와 字, 行과 行 사이에 공백을 둠으로써

여백의 미를 활용한다.

 

 

餘白은 空과 無를 추구하는 선종의 不立文字와 일치한다.

그 오묘한 이치를 어찌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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