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 담화

세상을 떠난 벗에게

 

 

세상을 떠난 벗 용택에게

국화 한 송이를 올린다.

 

 

희로애락도, 명암도 시간도, 인연도 없는

空의 세계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나. 벗이여.

 

 

 

 

 

  시인들이 술마시는 영안실

 

            정호승

 

 

희미한 영안실 형광등 불빛 아래

시인들이 편육 몇 점에 술을 마신다

언제나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는다고

죽음은 용서가 아니라고

사랑도 어둠이었다고

누구의 컵라면을 국물째 들이켜며

철없는 짐승인 양 술에 취한다

 

 

꽃이 죽어서도 아름답더냐

왜 발도 없이 인생을 돌아다녔나

겨울 나뭇가지 끝에 달린 이파리처럼

어린 상주는 꼬부라져 영정 앞에 잠이 들고

 

 

뒤늦게 누가 보낸 화환인가

트럭에 실려온 흰 백합들이

하는 수 없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달 없는 하늘에 별들만 푸른데

영안실의 밤은 깊어가는데

 

 

 

'사랑방 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 서화첩 감상  (0) 2013.11.04
陰陽五行으로 사유하는 木  (0) 2013.10.28
창현선생의 고희전 韻墨 감상  (0) 2013.10.07
안동탈춤 축제  (0) 2013.10.02
몽골의 가을 (1)  (0) 201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