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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菊花 - 영혼을 적시는 향기

 

 

아침 햇살이 고르게 퍼지는

꽃밭에 머무른다.

이제 얼마남지 않는 온기에

 

 

마르고 

고요해지고

비며(空) 

하나 둘 적멸의 길로 들어선다.

 

 

 

 

 

 

샛노랗던 국화 잎사귀들이 차츰 볕에 거을린 채

국화가 새벽 이슬에 젖은 머리칼이며

잎사귀를 말리느라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리저리 부는 갈바람에 흩어진 매무새를 다듬는다.

귀여운 아가씨가 이제 濃艶한 여인이 된다.

 

 

 

나도 아예 평평한 돌팍에 앉는다.

으레 그러듯이 팔을 잡아당겨 코를 들이대며 한껏 흡입을 한다.

 

感官을 타고 들어오는 향기가 내 혈관을 타고 흐르며 

내 정신이 맑고 깨끗한 아침 공기 같은 朝澈이 된다.

 

 

 

 

 

 

밤이슬, 된서리를 견디는

꿋꿋하고 의연한 군자의 기품에 반한

달 속의 선녀 항아가 천상의 향기를 품어

밤마다 잎에 뿌려 준 것인가?

 

 

온 세상이 이 향기에 취하는구나. 

 

 

 

 

 

 

가을의 향기는 역시 菊香이로구나.

향기는 코로 받아들이는 냄새가 아닌 것을.

내 영혼에 젖어드는 것이리라.

어느 새 청아하고 고결해지는 내 마음이여. 

 

 

 

어느 절세가인이 이런 향기를 품으랴.

어느 덕망가가 이런 향기를 뿜어내랴.

 

 

 

 

 

 

 

며칠 째 제 곁에 머무르는 나에게

별빛 머금은 눈동자로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한 가지가 팔을 뻗쳐 내 어깨에 올리고

어느새 내게도 배이는 국화 향기

바람아. 잠시라도 멎어다오.

 

 

고요함이 충만한 늦가을의 서정이여.

충만한 고요 속에서 누리는 無爲의 享有!

 

 

 

 

 

 

 

뜰에다 많은 나무와 화초를 심고

내 삶의 여정에 동반자로 삼아 그 생장 과정을 살피며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고 때론 그들이 내게 다가오면서

나는 어느새 꽃이 되고 나무가 되며

형언키 어려운 기쁨과 평화가 생기며

내 정신은 고양되고 즐거움을 누린다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고요함으로 침잠하여

텅빈 마음으로 만물을 바라보세.

 

국화 한 무리들이 나를 향해

天眞한 미소를 짓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