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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신대륙을 향한 신비 - 박주가리의 비행

 

 

 

박주가리가 드디어 번식을 시작한다.

금년 봄에 느티나무를 타고 올라가도록 길을 터 주었더니

한 줄기에서 돋아난 열 개가 넘는 씨앗주머니가 일부는 열리고

일부는 곧 비행을 준비한다.

그랬었구나.

어젯 밤에 불던 바람에 경건함이 풍기더니.

 

때를 감지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대원들이

결연한 의지로 비행 준비를 하며 숨을 죽이고 있다.

비행선이다.

낙하산 그 섬세하고 유연한 줄들이 생명의 씨앗들을 매달고

신대륙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며 차곡차곡 누워있다.

 

 

 

 

 

 

신비는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가까이에서 생동한다.

개별 種들은 절대절명의 명제인

종족 번식의 사명에 처절하리만치 충실하다.

 

나는 불경스럽게도 호기심을 누를 수 없어

비행선 내부를 훔쳐본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가 인위로 하늘로 날려보지만

낙하산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바람아 불어라.

가을 바람 세차게 불어다오

 

                                                            박주가리 대원이 멀리멀리 안전하게 비행하도록.....

                                                            박주가리의 숭고한 사명이 이루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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