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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끝없는 길 위에 선 사람

 

 

서상에서 안의 방면을 향해 도로를 걷는다.

물이 흐르는 곳으로 길이 나고

길이 난 곳으로 사람이 걸으니

결국은 물을 따라 걷는 것이리라.

 

첩첩산중이라 물길은 산의 한 자락에 펼쳐져 있으니

산과 내와 들과 사람이 모두 하나다.

 

 

 

 

 

걸음으로써 나는 내 삶을 觀照한다.

어떤 꾸밈도, 연민도, 허위도 진실의 위장일 뿐

맨 몸, 炯炯한 정신으로 내 생의 한복판을 꿰뚫어 본다.

 

 

 

 

 

 

내 인생이 한 폭의 풍경이 된다면

나는 풍경화 그 아득한 소실점을 향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들어가고 있다.

들어가는 내 모습이 하나의 점이 되고

이윽고 형체마저 소실될 때까지 갈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길을 걸음으로써,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 집중하고 감사한다.

내딛는 한 걸음이 다시 들어 올려지는 동력에 기뻐하고 감사한다.

사방에 펼쳐지는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연대와 소통이 이루어짐을

신비라 여기며 감사한다.

 

 

 

 

 

걷고 걸으며

내가 걸은 길이 곧 천리가 되고 100일쯤이면 2500리가 될테지만

큰 깨우침을 어찌 기대하리오. 이 작은 그릇으로.

다만 내 확실한 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살아있는 내가 기뻐하며 감사한다는 점이리라.

 

 

 

 

 

 

내 발자욱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내가 보이고

내 삶의 한 소중한 시간을 사유하게 되고

그런 이 시간이 가장 순수하고 맑고 아름다운 것이다.

 

 

 

 

 

 

 

오늘도

끝없는 길

길 아닌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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