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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형산강 하구둑에 흐르다

 

 

동빈거- 그 절반을 지난다.

 

내가 자유로워지고, 깊어지고, 가벼워지기 위한 길

약간의 구속이 따라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나  작은 구속이 큰 자유를 구하는 길이기에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겁게 나선다.

 

 

 

 

포항은 제 2의 고향

교직 생활의 대부분이 포항 인근에서 이루어졌다.

양북고, 기계고,상도중, 포항중, 영덕학생야영장,용흥중, 송라중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고

살았던 용흥동 한라파크, 흥해 환타지아빌라, 흥해 삼도뷰앤빌

 

그리고 거창으로 이주하고

아내는 안강으로 이사하며

 

 

 

 

살아가는 일이 강이 흐르는 일이나 뭐가 다르랴.

순리에 따라 흘러가는 것인데......

 

그동안 여러 강변에서 물처럼 흘렀다.

오늘은 경주에서 나고 자라다가

마침내 바다로 합류하는 형산강 하구둑방길에서

나도 흐른다

 

 

 

 

오래도록 걸어온 강의 어깨가 쳐지고 얼굴이 수척하다.

등짝에 많은 落照의 흔적을 지닌 강이 이제 종착지를 향해 간다.

 

 

강은 하류로 갈수록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잦아지느라

걸음이 느리고 더디다.

 

높은 산 음습한 계곡에서 돋아난 습한 기운이 胎動이 되어

실눈처럼 뜬 바위 틈지기에서 눈물 몇 방울이 서로 합쳐서

포개진 낙엽 위를 타고 넘으며 생명줄을 이으며

실개천이 되어 겨우 ‘졸졸졸’ 말을 배우며 아기 걸음을 걷던

유년 시절을 돌아본다.

 

 

 

 

 

 

때론 얼마나 激情的이었던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앞뒤를 가리지 않던 시절

태풍이 몰고 온 홍수 - 열정과 분노와 기세로 충천했던 시절.

미친 듯이 포효하며 제 길을 벗어나 분별없던 때도 있었다.

 

 

 

 

 

 

강은 이제 사방팔방의 계곡에서 합류하여

거대한 몸집을 가지며 넓어지고 깊어진다.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회고하며 자신을 살핀다.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앞으로만 치닫기만 했던 탄성을 멈추며

눈을 지긋이 감고 제 속을 들여다 본다.

 

오래도록 걸으며 조금씩 다가오는 가르침이

조금씩 가슴에 와 닿으며 나도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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