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 산등성이에 내린 눈이
간밤의 사나운 바람을 피해
골짜기 대피소로 몰려오자
선명하게 드러나는 산의 명암
겨울산 길게 뻗어내린 등줄기에서
숱하게 갈라져 나온 여린 갈빗대들
그 한 켠은 어둡고 그늘지고 습하다.
앙상한 갈비뼈 그늘에
시린 손을 깊숙이 밀어넣자
울컥 치밀어 오르는
멍울 몇 개가 집힌다.
작은 생채기들이
부르트고 곪아터지며
신음이 흐르던 골짜기마다 집힌다.
발가벗은 겨울산은 웅크리며
퉁퉁 부은 눈두덩으로 울음을 삼키며
긴 기다림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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