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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앙코르 톰 - 상상 여행

 

앙코르 톰(Angkor Thom)

 

앙코르 톰 남문에서부터 나의 앙코르 유적 여행이 시작된다.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이란 가상을 설정하고

몰입하는 것은 여행자의 로맨스이자 특권이다.

 

나는 ‘현대’라는 미래에서 타임 머신을 타고

13세기 초반 800년의 과거로 돌아간다.

 

 

 

 

1. 시엠립(Siem Reap)에서 앙코르 톰으로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평원.

벼와 잡곡들이 남국의 단물을 빨아먹고 쑥쑥 키가 자라는 풍요로운 평원에

찰랑이는 물빛을 며칠 째 바라보며 걸어왔던가.

들판에는 수많은 농부들이 작열하는 열기를 피하느라

야자수 잎으로 만든 삿갓을 쓰고

벗은 등짝에 햇살이 내리 쬐며 구릿빛으로 거을리고 있다.

 

‘세상 천지에! 이 도시 안팎에 백만이 살다니.......’

혼잣말을 내뱉으며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 수효를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아니던가?

그 많은 백성들이 남국의 평야와 자야바르만 7세의 자비로 풍요를 누리며 산다니

나의 호기심과 놀라움은 갈수록 커진다.

 

 

 

 

자야바르만은 왕중의 왕이로다

힌두의 신들과 관음보살의 도움으로

참파족을 무찌른 크메르의 영웅

노래하고 춤추어라. 크메르의 백성들아.

 

농부들의 흥겨운 노랫가락을 들으며 걷는다.

거리에서는 붉은 가사를 한쪽 어깨에 걸친 승려가 지나갈 때 마다

행인들은 합장한 손을 이마에 대고 공경의 예를 표한다.

 

거대한 코끼리 세 마리가 횡열을 이루며 집채만한 석재를 끌고 가느라 먼지가 뿌옇다.

몇몇 인부는 석재 밑에 통나무를 넣어주느라 부산하게 움직인다.

아마 등에 올라 탄 사람이 책임자일 것이다.

 

“어디서 오는 행열인지요?”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썩 비키시오. .” 고압적인 언사에 더 이상 물어볼 용기가 사라졌다.

 

 

 

 

 

 

동방의 나라, 고려인으로서 눈 앞에 벌어지는

이국의 진풍경이 놀랍고 호기심이 가득하다.

 

 

나무 그늘에 쉬고 있는 이들에게 어찌된 영문인지를 물어 보았다.

 

“지금 이 나라는 바르만의 승전으로 기세가 충천하여

거대한 토목 사업을 벌이는 중이라오.

아까 그 행열은 100리 밖 프놈꿀렌에서 오는 보석 같은 돌이라오.

모래가 굳어서 된 돌이지요.

온 마을마다 홍토(라테라이트) 벽돌을 찍어내

왕궁에 봉헌하지 않으면 큰 일난다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은 열대 기후로 풍화로 인해 비옥한 유기질 땅이 쓸려 내려가고

강 바닥에 무거운 철 성분이 남아서 붉은 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벽돌로 찍어서 햇빛과 그늘에 번갈아 말리면 돌보다도 단단해서

기둥이나 벽체의 재료로 쓰인다는 것이다.

 

 

백성들은 왕이 부과한 과업을 집에서 수행하거나

일정한 기간 노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라에 파견되기도 한다.

파견된 인력은 각기 자신의 재능에 따라 여러 직능으로 분류되었다.

 

힌두교와 불교의 승려들이 주축이 된 고위급 작업반에서는

축조해야 할 사원과 탑의 도면과 신화 속의 동물과 인간과 신의 형상들을 그렸다.

 

사원에서 교리와 역사를 가르치던 학자들은

크메르 제국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려 파노라마처럼 펼쳐 나갔다.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대부분의 작업은 석공과 토공들이 담당해야 했다.

작업반을 구성하여 전문 기능을 가진 숙련된 책임자 아래 석공과 토공,

보조공들이 배치가 되어 작업의 효율성을 기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코끼리를 탄 왕이 순시를 하며 격려하고

때로는 가혹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신을 기쁘게 할 위대한 사원을 축조한다.

세상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위대한 건물과 탑을 만들 것이다.

너희들의 손으로 만든 벽돌 한 장이 제국의 기둥이 되어

원히 지탱하며 번영할 것이다.

너희들이 새긴 부조가 제국의 역사가 되어 세세대대로 전해질 것이다. 명심하라.“

 

 

 

 

 

백성들은 바르만을 존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다.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환호하고 솟구치는 환희의 기쁨도

연일 계속되는 더위와 고된 노역으로 잊혀져 갔다.

차츰 병자가 생기고 더러는 죽어서 거적대기에 쌓여 나가는

시신을 보면서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불심으로 버티며 원기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2. 힌두교의 고대 전설

 

 

 

앙코르톰 남문에 이른다.

가끔씩 수면 위로 머리를 치켜드는 악어가 사는 해자를 가로지르는

대로변 양쪽에 석신들이 도열해 있다.

가만히 바라보니 한 쪽에는 온화하고 자비로운 얼굴 표정을 한 선신이 54분이고

다른 쪽은 머리에 투구를 쓴 험상궂은 표정의 악신이 54분이다.

108분이 머리가 일곱인 뱀 나가(Nagas)를 잡아당기고 있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득하게 멀어진 고향 마을의 전설에는 용에 관한 것이 많았다.

이무기의 슬픈 전설을 담은 소의 이름이 용포였다.

용문들은 용포 근처의 들판이고, 위천 물굽이에를 바라보며 선 정자 - 용암정

이 나라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나가나 우리의 용이 비슷했다.

 

 

 

 

 

나는 108 번뇌를 떠올리며 三拜를 올린다.

숱한 고난과 위험의 고비에서 나를 지켜주신 大慈大悲한 부처님의 가피(加被)로

이국의 땅에 도착하지 않았던가.

 

이 왕국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 앞에 한없이 겸손해지리라.

낯선 나라의 문물, 제도를 무한한 존경과 신뢰로 배우리라.

낯설지만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서

삶의 지혜로 삼고 생생한 체험으로 삼아야 하리라.

여기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차후 내 삶을 보다 나은 상태로 변화 시키리라.

 

 

삼배 후에 이방인을 온유함과 친절함으로 대해 주는

이곳의 백성들을 위해 일배를 추가한다.

절을 올리면서 내 안에 활활 타오르는 번뇌의 불길을 사그러들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러나 빌고 또 빌었건만 집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만 한다.

 

긴 한 숨을 쉬며 하늘에 유유히 흐르는 구름을 바라본다.

“저 구름은 저리도 자유롭건만 어찌 나는 이리도 옹졸하단 말인가.”

탄식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나는 다리 위의 조각상을 살펴보면서

앉아서 쉬는 노인에게 예를 올리며 물어보았다.

 

 

“아주 먼 옛날 힌두교의 세상에는 선신과 악신이 존재했다네.

선신들은 악신의 행패를 견딜 수 없어 최고의 신 비쉬누(Visnu)에게 가서

악신을 이기도록 도와달라고 청했지.

 

 

생명의 바다인 우유의 바다를 휘저어서 영원한 생명수인

암리타(Amrita)를 구해서 영생을 얻으라고.

그러나 선신들만의 힘으로는 바다를 저을 수가 없어서

악신들과 교섭을 하게 된 것이지,

암리타를 나누어 줄테니까 힘을 합치자고.

 

 

 

 

동맹은 성사되고 선신과 악신은 함께 바다로 향했지만

우유의 바다를 저을만한 땅이 없었지.

그러자 부쉬누는 가루다라는 전설의 새를 보내

만다라 산을 뽑아오게 했던 것이지.

 

그리고 거대한 뱀 나가 바수키로 산을 묶어

머리쪽은 악신이 꼬리쪽은 선신이 잡게 하고 바다를 저었어.

그러나 만다라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산이 가라앉지 시작하자

비쉬누가 거북이로 변해 산을 더받치고 분신을 만들어

선신과 악신을 지휘했다네.

이것을 ‘우유의 바다 휘젓기’라고 한다네.“

 

노인은 담배를 한 대 말아서 피우며 먼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려서 부터 수없이 들어온 전설이라 막힘이 없이 설명을 하며

이방인에게 선의를 베풀었다.

 

 

 

 

 

 

“그들이 생명의 바다를 휘저어서 물고기와 수중의 생명체들이 짓이겨져서

바다의 생명체들이 떼죽음을 당했지.

그러다가 해초와 약초의 성분들이 섞이면서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데 처음 나온 것이 독약이었어.

 

그래서 모두 죽을 처지가 되자 힌두교의 신인 ‘시바(siva)'가 나타나

독약을 모두 마시고 신들을 구해냈다네.

시바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계속해서 바다를 젓게 되지.

이윽고 나타난 것이 생명의 어머니인 암소, 술의 여신 바루니,밤하늘의 달,

행운의 여신 락슈미(Laksumi), 백마, 머릿가 셋인 코끼리가 차례로 나오고

거품속에서 압사라(Apsara)가 태어나지.

 

그러나 암리타가 나오지 않아 천년을 휘젓자

영생수 암리타가 나오게 된다네.

그 순간 악신 하나가 암리타를 들고 도망을 가버리지.

선신들이 비쉬누에게 알리자

비쉬누는 아름다운 여인 모히니(Mohini)로 변신해서 꾀를 내었다네.

 

내가 암리타를 나눠줄테니 눈을 감고 차례를 기다리면

가장 늦게 받는 악신과 결혼을 하겠어요.

비쉬누의 지혜에 속은 악신들은 싸움을 멈추고 눈을 감고 기다리는 사이

영생수는 빼돌려져 선신들에게 나누어져서 영생을 얻게 되지.

 

 

 

 

 

신화란 현실과 유리된 한낱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러나 노인의 말을 들으면서 이 나라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른 침을 삼키며 듣는 나를 보며 노인은 신명을 얻은 것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암리타를 나눠 마시는 사이에 라후(Rahu)라는

악신이 몰래 숨어들어 생명수를 마시지.

그 광경을 지켜본 태양신 수르야(Surya)와 달의 소마(Soma)가 비쉬누에게 알리자

비쉬누는 영생을 못하게 목을 베버린다네.

 

 

암리타의 기운이 퍼져 몸통은 죽었지만 머리는 영생을 하게 된 것이지.

이에 악신 라후는 비쉬누에게 고자질한 해와 달을 증오하며 지금도 그들을 쫒아 다닌다네.

라후가 해를 삼키다 뜨거워서 뱉었고 달을 삼키자 차가워서 뱉어냈는데

이것이 바로 일식과 월식이 생겨난 힌두교의 유래라네.

비쉬누의 도움으로 영생을 얻은 선신들은 악신들을 잡아다 지옥에 가두었고

세상은 평화를 찾게 되었다네.

 

 

장황하지만 자상한 설명을 듣고 감사의 예를 다시 올린다.

 

진입로 해자에 물결이 일며 상쾌한 아침 햇살이 반사된다.

비록 지금은 축조하는 과정이라 어쩔 수 없이 개방이 되었지만 남문이 완성되면

문지기가 서서 철저히 출입자를 단속할 것이다.

신분이 낮은 범죄자나 개와 같은 짐승들은 감히 들어설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3. 앙코르 톰 - 거대한 도시에 이르다

 

 

 

 

남문 기둥에 조각된 거대한 四面像이 나를 반긴다.

아. 로케스바라. 이 분이 바로 자야바르만 7세로구나.

이 땅의 주인, 이 역사의 주역, 백성들의 우상이여.

제국의 왕을 경배하며 감회에 젖으며

그 석상은 곧 관세음보살로 다가온다.

 

아. 저 분은 알 것이다. 이 나라, 이 만 백성들의 운명을.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펼쳐질 희노애락을 샅샅이 바라볼 것이다.

그러나 저 분은 말이 없이 자비로운 미소로 답하는구나.

 

성곽 한 켠에 기대서서 한참이나 보살을 바라보면서 다짐을 한다.

“ 이 한없이 비천한 중생이 평생동안 보살님께 귀의하게 하소서.

한결 같은 믿음을 잃지 않게 하소서.“

 

보살 아래에 얼굴이 셋인 코끼리를 탄 사람이 보인다. 아이라바타!

하늘의 신 인드라가 즐겨 타던 상상의 동물이다.

농사를 위주로 하는 농경 민족이 비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힌두교의 인드라신을 불교 속에서도 포용하고 있으리라.

 

앙코르 백성들은 불교를 받아들인 후에도

오랫동안 가져왔던 전통적인 힌두교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불교와 함께 혼재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앙코르 톰의 정중앙에 자리잡은 바이욘 사원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다.

한변이 3km의 정사각형 모양인 앙코르 톰은 높이 8m의 붉은 흙인 라테라이트 성벽과

너비 약 100m의 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동서와 남북으로 뚫린 두 개의 도로에 의해 도시가 4등분되고 있었다.

앙코르톰의 북쪽에는 왕궁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중앙의 수로에 걸쳐서 바이욘 사원이 건립되었다.

북대문, 서대문, 남대문을 갖추고 동쪽에는 승리의 문과 사자의 문이 있다.

왕궁의 왼편에는 피미안나카스 사원(Pimean Akas)과 바푸욘 신전(Baphuon)이 있고,

그 위쪽으로는 코끼리 테라스(Elephant Terrace)가 있다.

 

 

이 성역은 어찌나 치밀하게 설계되고 완벽하게 축조 되는지 내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이 도시를 설계하는 최고 책임자가 아마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다.

만약 사람이라면 그가 신의 계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지레 짐작을 했다.

 

 

 

 

앙코르 톰 - 이 거대한 도시가 광활한 우주라면

여러 사원들은 마치 한 개의 별이었다.

그 별 한 개마다 무한한 신비의 광채로 빛나며

내부에는 왕국의 역사와 문화와 간절한 기원이 담겨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우주 천체의 운행을 통달하고 있는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분이 설계한 것이리라.

내가 한 마리의 새라면 높이 솟구쳐 올라 이 전경을 한 눈에 조감할텐데,

매의 날카로운 눈으로 거대한 도시의 전모를 샅샅이 살펴볼텐데.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내가 한 마리의 지킴이 뱀이 되어 탑이며 건물 구석구석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다는 공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사원의 외부에서 가장 한 눈에 띄는 것은 중앙부에 높다랗게 솟은 탑이다.

수미산!

불교의 세계관에 나오는 상상의 산, 세계의 가장 중앙에 있는 산 중턱에는 사천왕이 살고

꼭대기에는 제석천이 산다는 수미산의 상징이다.

 

 

그리고 외부의 탑에 새겨진 얼굴 조각상이 214 개나 된다고 한다.

온화하며 위엄이 넘치는 저 얼굴을 내 전생에 보았던가?

아련한 무의식의 심연에서 꿈꾸었던 것인가?

 

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세 번 탄성을 지르며 합장을 한다.

이 나라의 歲歲如意延年平安을 기원하며

그리고 이방인의 고뇌를 덜어주려 차가운 돌 속에 顯現하시는가?

정병(淨甁)에 담긴 성수를 뿌려 이 가엾은 중생의 욕망의 갈증을 없애주시기를....

버들가지로 중생의 만병을 없애주고 고통을 소멸케 하시기를.......

 

 

 

 

 

 

가슴이 뛰고 설레인다.

온 몸에 짜릿한 전율처럼 흐르는 감동을 누를 길이 없다.

온 우주의 중심인 이 사원의 모든 탑에 사방을 향해 새겨 넣은

왕과 백성들의 가없는 불심에 경탄한다.

저렇게 섬세하고 온화한 모습을 보라.

살아서 웃는듯한 생생한 모습을 보라.

無言으로 전하는 보살의 위로의 말을 들어보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자재롭게 관조하여 보살피는 관음보살이여!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이여!

보살께서 최후의 깨달음을 얻은 후 열반에 이르고자 수미산 정상에 이르렀을 때

자신의 열반을 슬퍼하는 중생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큰 연민으로 외친 거룩한 분이시여!

 

 

 

 

 

“지상에 한 사람이라도 고뇌에 있는 한 결코 열반에 들지 않으리라.”하신 보살이여!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이 구원 받을 수 있다면

지옥에라도 기어들어 가겠다고 한 거룩한 利他心과 일치한다.

그래야만 신심이 깊어져 極樂淨土를 현실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리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의 부처님이여! 나의 관세음이여!

“중생의 고통 소리를 빠짐없이 들어주시고 천의 눈으로 살피시며

천의 손으로 건져주시는 관세음 보살님께 귀의하오니

저희들의 어리석음 물리쳐 주소서.”

나막알야 바로기재 새바라야(성스러운 관자재께 머리를 조아리옵나이다.)

 

 

 

 

 

 

“회랑 내외에 조각된 부조가 11,000개가 넘고 총 길이가 1.2 Km 나 된답니다.”

안내하는 관리의 자부심이 가득한 말에 의안이 벙벙했다.

 

 

1층 회랑에는 수많은 조각가들이 벽면에 머리를 박듯이 응시하며 손을 놀리고 있다.

그림을 벽에 붙이고 종이 위의 세밀한 선을

삼각도가 반으로 가르듯이 정교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조각칼들이 네모진 통에 가득했다.

조각공들은 조금도 한 눈을 팔지 않고

옆에 말을 거는 사람 하나 없이 일에 몰두했다.

망치로 조각도를 두드리는 소리가 소나기 퍼붓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 소리가 마치 스님이 염불을 외는 듯

잔잔하게 가슴에 파고 드는 것이 신기했다.

 

군인들이 전투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전함과 코끼리 무기를 든 군인들, 마차 등을 조각했다.

그리고 신화를 새겼다. 백성들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조각했다.

문자는 별로 볼 수가 없고 그림으로 후세에 역사를 전하려는 듯 했다.

 

 

 

 

건물의 입구에는 압사라를 조각했다.

드러낸 유방이 도도한 꽃봉오리처럼 피어나고 잘룩한 허리에,

신비한 빛을 머금은 듯한 눈동자를 가진 천상의 무희가

차가운 돌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압사라는 조각공 중에서도 하얀 머리칼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경륜 있는 노인이 맡고 있다.

 

 

사원의 1층은 미물계 2층은 인간계 3층은 천상계라고 한다.

사원의 내부는 신비한 기운이 감돌고 곳곳에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주요한 지점에는 불상을 배치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담은 성소로 활용했다.

 

 

이 스쳐가는 이방인의 눈에 어찌 깊은 의미와 묘한 신비가 보일 것인가?

다만 옷깃을 여미며 경건하게 조용히 참배하리라.

 

 

 

 

왕궁의 정문인 동쪽 입구에 넓은 광장인 코끼리 테라스에 들어서자

먼지가 자욱한데서 만 명은 족히 넘을 것 같은 군인들이 단상을 향해 도열해 있다.

말과 코끼리만이 꿈틀거렸고 마차들과 무기들이 햇빛에 차가운 빛을 반사시킨다.

300미터가 넘는 길게 늘어선 단상에는 찬란한 왕관을 쓴 왕이 근엄하게 앉아 있고

그 옆으로는 왕족들과 고위 신하들이 동원되어 있다.

 

 

오늘이 무슨 중대한 행사가 있나보다 했는데 정기적인 閱兵 査閱을 하는 날이란다.

양 옆에는 코끼리, 중앙에는 인도 신화의 상상 속의 새인 가루다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하늘로 비상하려 한다.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의 말 한마디에 산천이 떨고 나는 새가 떨어질 것 같은 위엄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