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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하롱베이 예찬

 

 

1. 하롱베이 - 전설의 발원지

 

하롱베이는 전설의 고향, 전설을 잉태하는 발원지다.

선착장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뱃머리에서 콜럼부스의 선원처럼 사방을 살피던 여행자들이

흥분하며 설레기 시작하는 것은

봉긋봉긋 솟아오르는  낮으막한 섬들 때문이다.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저기서, 저 뒤에서, 저 멀리서,

해무 사이로 다가오는 , 솟아오르는

섬들 섬들.....

 

 

 

 

이어서 서서히 등장하는

기암( 奇巖) 괴석(怪石)의 절벽, 수직에 가까운 단애(斷崖),

현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절묘한 형상이 어우러진 절경(絶景)에

환호하기 시작한다.

 

 

 

 

 

보물섬에 도착한 소년 소녀들처럼

사방을 휘휘 둘러보며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토해내는 탄성들이 뱃머리에 질펀하다.

 

 

 

 

 

 

어느 민족이, 어느 나라가 이런 절경을 두고 신화를 만들지 않으리오.

어떤 여행자가 이런 절경을 목전에 두고 신화적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으리오.

 

나는 언뜻 들은 이곳의 전설을 각색(脚色)하여 전설을 만들어낸다.

많은 이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전승되지 않은들 어떠랴.

다만 이곳에 대한 인상과 감동을 내 안에 새겨두는 일인걸.

 

 

 

 

 

 

아득한 태고적에 천지간에 경이로운 일이 벌어졌다.

인도차이나 반도 긴 스타킹이 아래위로 뻗은 안남국에서

삼천의 선녀를 대동하고 강림하는 옥황상제가 지상 최대의 잔치를 벌인다고 했다.

 

천하의 아리따운 선녀들이 화관을 쓰고 무지개빛 실크로 만든 날개를 펄럭이며

천상음악을 연주하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일생 일대에 한번 밖에 없을 구경을 하려고 온 천하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잔치가 시작되고, 선녀들의 연주와 춤으로 구경꾼들이 넋을 잃고 있을 때

마귀가 심통을 부려 사흘 동안 지독한 태풍과 소나기를 퍼부었다.

 

 

 

 

 

날개가 꺾이고 젖은 선녀들이 옥황상제께 구원을 청하자

하늘에서 경호를 하던 용을 불러내려 여의주를 비눗방울처럼 토해냈다.

 

그러자 삼천개의 섬이 솟아올라 선녀들을 구했지.

선녀들이 날개를 고치는 동안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밤낮으로 산을 가꾸고 다듬어 천하의 명승으로 만든 후에 승천을 했다.

 

그래서 여기는 파도도 치지 않고 소금기도 없는 고요한 바다가 된 것이다.

 

 

 

 

 

2. 하롱베이 - 조물주의 걸작(傑作)

 

하롱베이는 석회암이 오랜 침식작용에 의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이라는 무미건조한 상투적 해설에 공감할 수 없다.

 

조물주의 계획으로 자연의 손을 빌어

유구한 세월의 인내로 빚은 천혜(天惠)의 비경이다.

 

 

 

 

 

조물주는 천상의 낙원을 암시하기 위해

지상계에 세운 천상계의 한 모형이다.

천상의 福樂을 슬쩍 알리는 예고편이요, 맛보임이다.

 

하늘이 지상으로 내려와 온통 쪽빛 물감을 풀어놓고

부드럽게 산허리를 감싼다.

 

 

 

 

 

석회암을 장구한 세월동안 물로 침식 시키는 기법으로

빚어낸 조물주의 작품이다.

 

거대한 조각이요, 수묵화요, 음악이요, 무용이요,

문학이요, 전설이요, 종교다.

 

 

 

 

 

현세에, 지상에 세워진 유토피아의 세트장을

유람하는 여행자들을 보아라.

 

유람선이나 거룻배나 모터 보트를 탄 일행들은

어느 새 비경에 취한 신선이 된다.

 

세상의 온갖 시름 씻은 듯 사라지고

가무를 즐기며 신명에 취한다.

 

 

 

 

 

사람과 자연이 너, 나 없이 하나가 되어

하늘을 찬미하며 우러르는구나.

 

갈등도, 분열도 다툼도 없는 평화의 성지인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여기서 최상의 희열을 누리며

天地人이 하나가 되어 혼연일체를 이루는구나.

 

 

 

 

3. 하롱베이의 미학

 

- 한 아름의 안개꽃다발

 

안개꽃 그 작은 망울들을 보라.

하얀 작은 꽃들은 청순하고 정갈하고 개체의 미가

다투어 나서지 않고 서로 상응하여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지 않는가?

 

하롱베이는 3천이나 된다는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서 빚어내는 한 아름의 안개꽃 다발이다.

 

 

 

 

 

- 우주 창천(蒼天)에 흩뿌린 은하수

 

하롱베이 작은 섬들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제각기 다른 표정이요,

다른 빛깔을 지닌 저마다 개성미를 툭툭 튀긴다.

그래서 이름을 가진 섬도 천이나 된다니......

 

한번 쯤 아스라한 곳에서 바라보라.

풍광을 안주 삼은 술 취한 눈이거나,

수백리 하늘 높이 나는 새의 눈으로 조감해 보라.

 

우주 창천(蒼天)에 흩뿌려 놓은 은하수가 아니던가!

 

 

 

 

- 해무(海霧)에 수묵화로 변신하는 섬들

 

해무 자욱한 날 바다는 얇은 화선지가 되고

섬들은 먹빛 옷을 갈아입고 화선지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라.

 

해무 그 희뿌연 물방울의 잘디 잔 입자들이

여러 색과 빛을 흡수하여 연출해내는

한 편의 수묵화를 보게 되리라.

 

농담의 변화가 어찌 옅고 짙음만이랴.

 

 

 

 

 

- 변화무쌍함과 조화로움의 공존

 

하롱베이의 그 많은 섬들이 어떻게 손을 잡고, 어깨를 돋우고,

가슴을 맞대며 자유로운 표정으로 연출하는지

千變萬化의 몸짓을 살피고 속삭임에 귀기울여 보라.

 

 

오래 바라보며 들으며 느끼는 이들은

하나의 작은 섬이 되리라.

 

섬이 되어 고요해지고 깊어지면

이웃한 섬들이 둥둥 떠 내려와

나를 어루만지고 말을 걸어오리라.

 

그러면서 마침내 하나로 조화를 이루리라.

뻗은 것은 휘어짐으로, 모난 것은 둥글음으로,

솟은 것은 꺼짐으로, 높은 것은 낮음으로, 짧은 것은 긴 것으로

상호 보완하며 균형을 이루리라.

 

 

 

 

 

 

- 사람과 자연의 상생과 조화

 

바다도 인간의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고 흐뭇하다.

 

뗏목 위에 이룬 사람들의 공동체

 - 가정집, 우체국과 학교와 시장,

에 浮草 같은 인간의 삶이 뿌리 내리고

웃음이 피고 희망이 자란다.

 

난생 처음 보는 특이한 삶의 모습에

여행자들의 가슴은 뛰고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 수반에 얹힌 壽石의 美

 

수반 위 평평한 모래더미에 얹힌 수석을 보라.

하롱베이의 섬들은 평평한 수평선 수반 위에 얹힌 수석이 된다.

 

파도마저 없는 지극한 고요의 잔잔한 바다는

안정적 구도의 직선이요,

그 위에 봉긋 솟아오르는 다양한, 괴기한

직과 곡의 변화를 연출한다.

 

 

 

 

 

 

제주도 전설의 섬 이어도는

부침(浮沈)에 따라 바다가 되고 섬이 된다고 했던가.

 

하롱베이의 키를 낮춘 섬들이

수평선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은

반에서 피어나는

수석의 미를 연출하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