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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솟대의 꿈

 

예전 같으면 흔히 목격할 수 있을 전통 習俗을


요즘은 볼 수 없음을 아쉬워 하며


 洞祭의 과정으로서


솟대 세우기와 장승세우기를 상상해 본다. 


 


 



 


 


팔도를 유람하는 여행자가 한 마을 앞에서 멈춘다.


이 마을은 정월 연례 행사로 산신제를 지내고


다음날 동민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장승을 손보거나


솟대를 보수하곤 한단다.


 


 



 


 


진또배기 서낭으로 가니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어제 정월 초사흗날 산신제는 누가 모셨던가요?”


“아! 이 마을 원로들이 추천한 사람이 신기촌 양반이라 하더이다.


 


원래 성정이 순박하고 후하여 不淨한데다 生氣福德한 분이라오.”


어제 子時에 山致誠을 드렸는데 부정 탄다고 아무도 가지 못하였다오.


뒷산 깊은 골, 노거수 둘레에 돌무지가 있고 금줄을 둘러 놓은 곳이 산신단이라오.“


 



 


 


마을의 공터가 부산하다.


산치성 올린 제수며 술과 떡이 차려지고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오십대의 중늙은이들이 장대 껍질을 벗기거나 자귀질을 하며 오리를 다듬고 있다.


일부는 금줄을 칠 새끼를 꼰다고 더덕 같은 손에다 침을 탁탁 뱉고 있다.

 

“올해도 무병무탈해야 할 것인디....”


“아 당연하제. 근데 올해는 마을에 애기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으면 좋겠구만.”


 


 



 


 


竿頭에 앉은 오리 한 마리를 한참 바라본다.


 


나무를 깎아서 세운 장대가 높이 솟아 하늘에 이르고 있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이 장대는 우주의 축이다.


 


지하와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통로의 상징이다.


 


 


 


 


옛 조상들은 굳은 믿음으로 살아왔다네.

 

북아시아인들의 수직적 우주관이 저 장대에 담겼구나.


저 장대야말로 三界로 이루어진 우주 상징이자


수직축이며 우주의 교통라네.


 

 


 


 


나무는 깊고 서늘한 지하 세계에 뿌리 박고


지상에서 굳건하게 생장하다가


울울창창 하늘에 가지 뻗어나가는 생명의 나무라네.


 


장대는 신성하리.


신령한 기운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통로라네.


마을 사람들아. 지나치는 나그네들아.


저 솟대 앞에서 옷을 여미고 두 손을 모아 우러르게.


   


 


 


 


 


竿頭의 오리가 노래하며 기도한다.


유구한 농경의 역사, 순박한 백성들은 풍요를 염원하였으리.


온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雨順風調를 기원한다.


 


 



 


 


 


비야 비야 내려라. 온 대지를 촉촉이 적셔다오.


오곡백과 풍년들어 만 백성이 하늘에 감사하네.


 


폭풍아 멎어다오, 불같은 성정 가라앉혀 잔잔한 미풍으로 불어다오.


농부의 땀을 일군 들판에 환희와 감사의 잔잔한 바람으로 불어다오.


 


 


 



 


 


 


간두에 앉은 오리는 우주를 왕래하는 하나의 使者가 아니던가.


물새들은 천상과 지상과 수상(지하)의 삼계를 다니는 동물이다.


우주를 자유롭게 遊泳하는 自在의 신비한 새!


 


철새들은 일정한 주기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신비함을 지닌다.


아마도 인간계와 신계를 넘나든다고 믿었던 神鳥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