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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반딧불 - 추억의 섬으로 가는 등댓불

 

 

1. 반딧불 - 추억의 섬으로 가는 이정표, 등댓불


 


세월은 어찌나 야속하게 흐르는 것인지 미래가 현재가 되고 현재가 금새 과거가 되어 버린다.


삶의 여정에서 생겨나는 숱한 사건들은 선악미추를 떠나 추억의 휘장에 드리워지면


아픔도 괴로움도 그리워지는 마법의 치유를 한다.


 


 


반딧불은 추억의 섬에서 깜빡 거리는 등대다.


삶에 지친 영혼이 안식하는 그 섬에 安着하도록 도와주는 유도등이다.


그 蠱惑적인 주황의 불빛은 明滅하며


무의식의 深淵에 침전된 아련한 경험들을 의식으로 끌어올린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homeostasis를 유지하게 하는 것인지.


고통스럽고 짜증나고 심란한 마음을 토닥이며 달래고 눈물을 닦아준다.


 


 


 



 


 


 


두레박이 길어 올린 말랑말랑한 추억들.


어둑어둑한 고향 마을, 땀내음, 풀물 밴 바지, 풀벌레들의 부산한 비행과 합창, 눅눅한 여름밤의 초저녁,  


반디의 궤적을 추적하는 동무들의 생기 넘치는 고함과 뜀박질로 달아오른 입김.


 


추억은 아프고 헝클어지고 無味乾燥한 내 삶에


오색 색실로 위안의 자수를 놓고 리듬을 불어넣어


삶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풍요로워진다.


 


 


 



 


 


 


기어이 무주까지 가서 구경한 반딧불 축제에서 정작 반딧불이는 보지 않는다.


무주의 반딧불이는 특별한 비용을 지불하고 바라보는


쇼인도우의 VIP 같아서.  인간의 손에 사육된 벌레 같아서. 


 


귀가하여 어둡기를 기다리다가


뜰 앞에서 촉촉히 젖어드는 가슴으로 서성이고 있으니


다가오는 댓 마리의 반디들,

 

명멸하는 빛,


여기도 저기도.......


 


 


 



 


 


 


2. 반딧불 - 求愛의 手信號 


 


간첩들이 은밀하게 접선하듯 반디들이 사랑의 수신호도 은밀하다.


온-오프를 수없이 반복하며 접선할 사랑의 대상자에게 간절하게 구애하는 로맨스여!


 


사랑은 희망의 불빛이다.


서로를 간절히 그리워 하는 염원의 불빛이다.


 발광체와 반사체가 빛을 주고 받으며 사랑이 이루어진다.


 


빛을 생산하기 꿈꾸었던 기다림이 있었기에


숱한 고난으로 점철된 기다림이기에


그 사랑은 헌신적이고 순수하다. 

 

 

 



 


 


 


3. 반딧불 - 그 작고 희미한 순수의 영혼과 몸짓


 


희미하지만 영롱한 불빛을 내는 반디의 사랑은


자유와 낭만을 찾아가는 순수의 몸짓이다.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태만했던 것들이거나 놓쳐버린 것들


찬란하고, 밝고, 크고, 빠르고, 요란스럽고 생활에 유익한 것들에 길들여진


삶의 방식으로는 놓쳐 버리기 쉬운 것들을


천천히 돌아보고 생각하라는 자연의 가르침이요, 신호다.


 


아무런 私心없이 순수함 그 자체가 동기가 되어야 하리라.


 


 


 



 


 


 


반딧불 앞에서 거친 숨을 가라 앉히고 가슴을 여민다.


불타는 모닥불에서 타오르는 엔돌핀의 흥분이 아니라


세라토닌의 잔잔한 기쁨이 솟아나오는 반딧불은 그래서 뜨겁지 않다.


 


반딧불의 궤적을 따라 시선을 이동한다.


戀情을 담은 날개짓은 자유롭고 天眞하다.


 


어느 발레 무용수도 흉내낼 수 없는 몸짓


아항! 그래서 한자어 惑에는 벌레가 세 마리다.


 


 



 


 


 


빛의 정령들 -


풀잎 사이로, 위로 아래로 전후좌우로 숨바꼭질하듯 자유롭다. 


때로는 우아하고 때론 깜직하게 비행을 한다.


 


그러나 제 몸을 태우는 渾身(혼신)의 힘을 다해


생산하는 빛은 차가운 순수다.


 


정신을 한곳에 모아 몰입하면서 깨닫는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  희미하고 조용한 것들도

똑 같이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4.  반딧불 - 인간성 회복의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는 간이역의 희미한 빛

 

태초의 인간은 선악의 분별마저 없었던 순수 그 자체였다.

갓난 아기의 눈동자에 고인 淸淨無垢함은

태초의 인간에 가장 가까운 잠재된 神性이다.

 

반디불의 유혹에 사로 잡힌다.

나는 불빛을 따라 잡으려 이리저리 뛰며 노래하는 어린 아이가 된다.

 

 

반디야 반디야 네 등에 나를 태워다오.

純粹의 성으로 가는 빛의 열차여.

 

간이역에서 홀로 기다린지 오래라네.

깜빡이는 빛으로 세상의 시름 떨쳐내고

 

자유와 낭만의 깃대 펄럭이는

마법의 성에 데려다 주오.

 

 


 


 


 


 


 


5. 반딧불 - 실존 자체에 대한 고뇌


 


반딧불이는 환경오염의 지표로서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이미 인류의 이목을 집중시킨 반딧불의 위력은 뜨겁다.


반디를 살리는 일은 곧 청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요,


그 길이 인류의 행복을 보장해 준다고 굳게 믿는다.


 


그런데 반딧불이 사라진다고 탄식하는 이들은 생태주의자들만이 아니다.


우리의 실존 그 자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경고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극도의 향락과 사치, 소비 위주의 삶


극도의 개인주의와 황금 만능주의 등의 가치 전도 현상


환경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에 대한 경고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빛의 정령들은 소리 높여 외치지 않는다.


1룩스가 채 될까 말까한 은은한 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제 몸을 태우듯


깜빡 깜빡


소리없는 우아한 절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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