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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해당화는 피고 으아리는 지고

 

 

해당화 붉은꽃이 핀다.

5월의 아침 햇살을 쬐기 위해 간밤에 오무렸던 잎들이 펴지는 중이다.

해당화 주연으로 등장하는 무대의 오프닝이다.

 

그러나  어제 세차게 불던 바람에 헝클어진 매무새다.

얇은 잎이 이리저리 너풀거리다 접히고 긁힌 자리가 상처 투성이다.

 

 

 

 

 

다섯장의 잎들은 그 와중에도 젖먹이를 품은 어미처럼

씨방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꽉 껴안고 몸을 둥글게 말아

위험에 대비하느라 머리칼 추스릴 틈조차 없었으리라.

 

꽃이 어찌 완전무결한 화려함 뿐이랴?

충일한 생명체로서 가혹한 시련의 과정을 견뎌 나가야 하리라.

 

 

 

 

뒷뜰에는 한 시절을 풍미하던 으아리꽃이 진다.

신부의 면사포 같은 순결하던 꽃잎이 미련없이 떨어진다.

 

때가 되었노라고......

자연은 피고 지는 때를 놓치는 법이 없으니

위대하고도 정교한 자연의 큰 법에  외경심으로 고개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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