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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장독의 미학 2

   

장독대는 정갈한 앞치마를 두른 주부의 자존 영역이다.


부엌에서 연결되는 동선에 위치한 뒤란의 장독은 정성스런 손길로 윤기가 난다.


 


醬장은 모든 부식의 필수요, 기본이었으므로 장맛은 곧 음식맛으로 직결되었다.


장은 당연히 자가 생산이 기본 원칙이었다.


새 며느리는 가풍에 맞는 장을 담그는 법을 전수 받음으로써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무와 함께 노력과 능력에 걸맞는 평가와 권리를 누렸다.


 


 


 

 

주부의 자존심은 장독을 윤기있게 하고 제조 방식의 개별화, 개성화를 가져온다.

집안에 전래되는 간장 제조 방식에 대한 자부심은 특히 宗婦에게 강하게 나타난다.

주부의 자존 의식은 창의적이고 근면한 생활의 지혜를 발휘하는 원동력이었다.

 

불가사의한 힘에 의존해서라도 다른 집안과 차별화 된 우수한 장맛의 비법을 찾게 된다.

통일화 되고 표준화된 대량생산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편의주의와 능률주의가 빚어낸 발칙한 발상이다.

 

                             

 

장독대에는 귀를 대면 들려오는 노랫가락이 정겹다.

 

동짓달 말날을 비워 놓구려.

햇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어야 하오.

정월에 장을 담고 삼월에 간장, 된장 가르면

팔월에 햇장이 나온다오.

장독은 靈肉영육이 정갈한 생명의 독이라오.

열 달동안 장을 품은 거룩한  임산부라오.

 

           

                       

 

 

12간지에 午오자로 끝나는 날이 吉日이라네.

왼새끼 꼬은 한지에 솔가지와 숯, 고추로 엮은

금줄을 이른 아침 삽작 대문에 내걸어어야 한다네.

망령된 기운사악한 바람이여, 저 멀리 물렀거라.

 

                         

 

 

장독대는 어머니의 치성이 깃든 聖所성소다.

멀리 떠난 자식 위해 정안수 올려 무사 귀환을 바라는 간절한 모정이 스며있다.

집안의 제사는 가장이 주관하지만 家神을 주관하는 몫은 여성에게 있나니

 

집안에 깃든 여러 신 중에서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이며

장독을 관장하는 철륭신 등은 간절한 염원, 소망을 이루기 위해

초인간적이거나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려는 애니미즘이다.

 

 

         

                                                

 

철륭 할매가 내려오기 좋게 정갈한 자리를 잡고

손바닥이 닳도록 비비며  신령스런 기운을 불러낸다.

 

할매할매 우리 할매 이내 소원 들어주소.

따뜻한 볕에 신령스런 효험을 담아

별빛 향기 그윽한 바람의 입김으로

이 장독에 천상의 맛이 배이게 하사이다.

삿된 기운이 감히 범접치 못하게 하사이다.

 

 

 

 

장독 위 사발이 무릎 꿇고 우러르는 밤

정안수에 다소곳이 북두칠성 잠기면

오매불망寤寐不忘 내 자식들 부디 몸 성하여라.

장독대는 기도 소리 그치지 않는 가정의 성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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