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곡의 글방

용추폭포 - 폭포에서 펼치는 상념의 나래

 

폭포는 수로를 흐르던 물이 허공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낮은 곳을 지향하는 물의 속성상 길이 끊어진 곳에 이르러


밀려오는 물길에 밀려 암석 절벽 아래로 낙하하지 않을 수 없는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자연 현상을 관조하면서


사색의 나래를 펴면 많은 상념들이 스쳐간다.


 


 



 


 


일전에 나는 무릉계곡 두타산의 장엄한 용추폭포에서


순례자의 기도소리를 들었었다.


 


 


두타산 준령 수백 구비 돌아 돌아


골바닥을 五體投地하는 순례자들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찬가와 기도로 걸어온 길은


이제 끊어졌노니



낭떠러지로 몸을 던져야 한다.


투신하는 궤적은 텅 빈 공중으로 난 길이려니


(생략)


 


졸시 용추폭포의 부분


 


 



 


우리 선조들은 폭포에서 어떤 사유를 했을까?


흥미있는 발상으로 서투르지만 추론해 본다.


 


우리나라의 곳곳에 龍湫용추 폭포가 많이 있다.


용은 상상속의 신령한 동물이다.


용은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인간의 이상향이기도 하다.


 


입신양명을 중히 여겼던 조상들에게는 과거 급제가


인생의 목표요, 성공한 삶의 보증 수표였다.


자신만이 아니라 가문과 고장과 나라 전체를 위해 기여하는


출세의 유일한 길이요, 보람의 원천이었다.


 


 



 


 


그래서 과거를 등용문이라고 하였다.


登龍門은 용문에 오르는 영광이었던 것이다.


 


우리 고향 마을인 龍水幕용수막 앞에는 龍門坪용문평(용문들)이 있고


그 옆 냇가에는 龍暴용포가 있다.


 


인근에 위치한 안의 용추사와 용추폭포가 있으니 온통 용이다.


그러니 용꿈을 자주 꾸었을만도 하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가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으로 비쳤던 것이다.


 


용의 승천에는 감내해야 할 몇 단계의 시련이나 고비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과정을 잘 치룬 후에 드디어 승천이라는 구원, 극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설에는 인간의 도리가 전제되어 있다.


용이 승천하듯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하늘을 숭배하고 참되게 살아야 한다는 참됨()의 사상이 그 바탕에 있다.


참되지 못하면 결국 이무기가 되어 멸망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폭포수 아래에서 새 세상을 꿈꾸며

온전한 인간인 至人에 이르는 자아실현의 다짐을 하였으리라.

 


그리고 고단한 현실, 온갖 고통으로 얼룩진 현실에서 위로 받기 위해


폭포수 굉음 아래에서 현실을 잊고 새 세상을 꿈꾸었으리라.


 


 



(일부 사진은 PAULUS님의 블로그에서 인용)



 

'청곡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조키즘과 새디즘  (0) 2014.08.28
타나토스! 그 죽음의 본능이여  (0) 2014.08.22
큰 물지는 계곡에서  (0) 2014.08.18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야구장 유람  (0) 2014.08.07
장독의 미학 2  (0)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