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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매조키즘과 새디즘

오늘날처럼 자유가 넘치는 시대가 과연 있었을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찬란하게 개화한 민주주의의 꽃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이란 값진 선물을 안겨 주었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저서에서 

무한한 자유가 주는 무력감과 고독감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은

오히려 자유로부터 도주하게 된다고 한다.

 

개인적 자아의 독립을 버리고 자신에게 결여된 힘을 얻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결연을 원하게 된다는 것인데......

힘이 있는 누군가와, 무엇과와 자신을 융합 시키고자 한다.

 

나찌즘과 파시즘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요즘도 소외되고 고독한 대중이 어떤 이데올르기나 정치 단체에

몰입함으로서 그런 고독에서 벗어나는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대중들의 황금만능주의나 소비 지상주의 등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유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심리적 경향으로 

잃어버린 1차적인 결연 - 이를테면 어린이의 어머니에 대한 의존이나 

미개인들의 씨족이나 자연에 대한 의존- 대신 2차적 결연을 찾는 경향이 있다.

고독감에서 탈피하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이 대표적인 것이 매저키즘과 새디즘이 있다.

원래 프로이드는 새도우-매저키즘 현상을 본질적인 性的성적 현상으로 보았지만

나중에 정신적 메저키즘의 경향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프로이드는 인간이 남이나 자신을 파괴하고자 하는

생물적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죽음의 본능이라고 했다.

이 죽음의 본능이 성 본능과 결합하여

자신에게 나타나는 것이 매저키즘이요,

남에게 나타나는 것이 새디즘이란 것이다.

  

 

매저키즘(masochism)은 남이나 제도, 자연 등에 현저하게 의존하여

자신을 부정하고, 하고 싶은 바를 하지도 않는다.

외부의 힘, 현실적이고 확실한 질서에 복종하는 경향이다.

 

매저키스트들은 열등감과 무력감과 개인의 무의미함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경향은 합리화되는 경우가 많다.

메저키즘적 의존을 사랑, 충성으로 간주하며 열등감은 실제의 결점으로 착각한다.

 

고뇌와 약함이 인간의 노력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매저키즘적 도착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

신체가 밧줄로 결박 당하고 어쩔 수 없는 약한 상태에서 꾸지람을 듣고 모욕을 당하면서

오히려 흥분과 만족을 느끼는 도착 행위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새디즘(sadism)은 매저키즘과 반대되는 경향이다.

남을 자기에게 의존 시키고자 하며 남을 지배하려고 하고

남을 괴롭히며 욕망을 충족한다.

 

새디스트들은 자신의 행동들을 합리화한다.

"나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야. 너를 위한 일이라구.

그래서 너는 무조건 나를 따라야 해."

 

부모의 자녀에 대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우월적인 힘을 가진 갑이 상대적 약자인 을에 대한

새디스트들의 유형은 광범하고 사례는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새디즘의 경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저키즘이나 새디즘이 신경증을 가진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정상인에게도 일어나는 일반적 심리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사랑하기 때문에 미숙한 자식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논리는 미화된 사랑의 오류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칭찬과 사랑과, 물질과, 권위로, 관심으로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지만

단 하나 자유와 독립의 권리만은 불가능한 이 행위는

엄밀하게 말하면 매수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당연히 보호한다는 배려와 책임의 관점이 지나쳐서

자식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이다.

이런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새디즘 경향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향은 나중에 언제든지 현실에서 재현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한 때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은 동료집단에서 인정받는 힘을 가진 권력자다.

아이들은 짱을 영웅시하며 짱을 중심으로 하는 일진회 같은 패거리 집단을 형성하며

권력과 힘을 자신과 동일시 하는 함으로써 안정감과 소속감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가정과 사회는 교육적 기능을 잃고

학교에서도 인성 교육은 도외시 되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무한한 자유와 학생 인권의 신장이 교권을 거세게 추락 시키며

학원 폭력으로 온 나라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 내에서의 괴롭힘과 따돌림 같은 학원 폭력이

군대에서 오래도록 곪아오다가 몇몇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에 군대 내의 치사 사건이라던가, 총기 난사 사건 등은

우리 사회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의 한 단면이다.

 

서로가 별개의 독립적 사건 사고가 아니다.

서로 긴밀하게 연계된 동일 맥락에서 진단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악화된 여론을 진정 시키기 위해 임시 방편적 졸속 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휘관을 문책, 처벌하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바라보아서는 근원적인 원인을 보지 못한다.

국가 개조의 차원에서 단기적 장기적인 근본 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사진은 paulus photo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