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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임제 선사의 가르침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모일지라도 죽이고 친척 권속이라도 죽여라.


임제 의현의 一喝일갈이다.


 


 



 


 


사느냐, 죽느냐.’라는 삶과 죽음의 양자 택일의 기로에서


망설임 없이 내리는 최후의 결단이다.


죽이라고 한다. 모두를 죽이라고 한다.


 


살기 위해서 죽이라고 한다.


참되게 살기 위해서 버리라는 것이다.


 


 



 


 


진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도 구애됨이 없어야 한다.


세속의 번뇌 망상은 한없이 빠져드는 늪이다.


끊으려고, 털어내고, 씻고, 지우려 해도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질긴 속연과 단절하고


무애無碍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끝없이 를 외치며 염주를 굴리던


선사의 온 몸과 온 정신을 바친 투혼의 고함이다.


 


 



 


 


임제 철학의 초점은 無爲眞人무위진인 즉 차별없는 참사람이다.


그는 본래의 나를 강조한다.


삶의 거죽에서 일어나는 우연에 의해 지배받는


일시적이고 개별적인 가 아니다.


생사와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참 나인 것이다.


 


 


 


 



 


절대 자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상을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죽이라는 것은 우상과의 단절인 것이다.


 


속안에 있는 참된 나를 망각하고 어찌 껍데기 같은 겉에서


참된 것을 구하려 하는가를 질타하는 것이다.


 


 


 


 


 


임제할 덕산방(臨濟喝 德山棒)이란 선가의 가르침이 있다.


임제선사가 큰 소리를 버럭 질러 수행자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것이 ’(한자의 원음은 꾸짖을 갈)이요,


덕산 선사가 수행자의 깨달음을 열기 위해 몽둥이로 내려친 것이 ’(한자의 원음은 몽둥이 봉)이다.


 


선서를 읽을 때 매우 흥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선사들은 이런 기괴한 고함이나 몽둥이질을 한 것일까?


그 정도가 아니라 선의 이야기들 속에서 흘러 나오는


숨 막히는 전환, 눈부신 섬광


귀를 찢는 고함, 경악할 돌발적인 사건들,


신비한 수수께끼, 한 순간의 엄청난 비약,


감질나는 유우머와 기이한 행동들을 볼 수 있다.


 


궁극의 진리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결코 문자도 말도 아닌 것이다.


고정 관념, 편견에 사로 잡혀 깨달음의 진리에 이르지 못하는 수행자들에게


스승들은 그런 기이한 행동으로 마음의 문을 열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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