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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달(月)아 달아!

 

 

일전에 수승대 보름달빛 기행이라며


위천 수면에 교교한 달빛과 송림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달빛에 젖으며 걸었었다.


동행을 하던 이들이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2014. 8. 10 (음력 715)


“어! 오늘이 보름이구나. 오늘 밤에 보름달빛 기행을 합시다.


평소보다 30%나 크게 보이는 슈퍼문이랍니다.


오늘 이 순간을 놓치면 얼마를 더 기다려야할지 나는 모르오.”


내 제안에 모두들 반색이다.


 


모처럼 방문한 장모님과 처제들에게 대자연이 베푸는 향연을


내가 제공하는 듯한 생색을 내며 나도 들뜬다.


강선대 모퉁이를 돌아서자  시야가 탁 트인


동녘 동산에 벌써 달이 오르는 중이다.


 


저마다 토하듯 쏟아내는 달빛 탄성들!


 


 



 


 


 


 


고해성사를 마친 달이 걸어 내려온다 


대자대비한 웃음이 되어 온 누리에 퍼진다.


 


어둑하던 수면이 번들거리며 온화해진다.


달빛으로 다림질한 골짜기가 펴진다.


 


사람들은 머리칼부터 젖는다.


이마가 훤하게 드러나는 사람들은


어느새 출렁이는 마음의 호수


 


순수하고 천진한 마음이 샘처럼 분출한다.


그런 마음은 대체로 동심에 가깝다.


 


 


 


 



 


 


 


장모님은 소녀처럼 깔깔 웃음으로 수다를 떨며 추억을 회상한다.


처제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함박 웃음을 머금는다.


 


보름달은 하나도 찌그럼이 없는 완벽한 원형이다.


원은 한없는 다각형이다.


각이 있다는 것은 서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름달은 하늘 높이 솟아서 이 세상 만물을 비추신다.


만물은 달빛을 받으며 서로간의 차이와 차별을 극복하고


큰 하나로 둥글게 융화된다.


 


 


 


 




 


 


어느 새 사람들은 손을 맞잡고 함박 웃음으로 이어진다.


딸이 엄마 손을 잡고 이 순간이 추억의 손을 잡고


키를 낮춘 산이 다가와 어느 새 강에게 손을 내밀고


 


온 세상이 함께 어우러져 보름달이 된다.


이제 온갖 시름도 차별도 미움도 잊은지 오래다.


빙글 빙글 돌아가며 덩실덩실 화해의 춤을 춘다.


 


 


 



 


 


圓融원융이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경쟁하거나 다투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점적 소유의 손길이 닿지 않게 걸어 둔 조물주다.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현재의 이 순간을 누리는,


참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희열이다.


 


많은 사람에게 분배되어도


내 몫이 줄어들지 않고, 달빛이 희미해지지 않는


천상의 선물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달은 어떤 것에 의해서도 조건 지워지지 않은 낭만의 샘이다.


달이 은하수 흐르는 우주 창천을 춤추며 노래하며 흘러간다.


 


달에는 토끼가 절구에 방아를 찧고, 천상의 선녀 항아가 살고 있다.


달은 차면 기울고 기우면 차는 순환의 마차다.


 


 


매순간 사람들은 달의 전설을 창조한다.


달이야말로 전설의 공장이다.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주관적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해석한다.


밤하늘의 달은 하나지만 제 마음에 거는 달은 무수히 많다.


바라보는 사람만큼이나 많고 모습도 다르고 향기가 다르고 빛이 다르다.


 


 


 


 



 


 


누구는 한국인들이 친월파라고 익살을 부린다.


친일파에 대응하는 멋진 윗트다.


 


보름은 우리 민족의 명절이요, 축일이었다.


정월 대보름은 상원 큰 명절, 2월 대보름은 연등날이요, 3월 대보름은 답청날이요,


4월은 하안거에 드는 날이요 5월에는 햇보리를 사당에 바치는 하수감사절이요


6월에는 유두, 7월에는 중원이면서 백중날이요. 8월은 한가위 추석이다.


 


달은 이렇게 우리 민족의 삶의 중심에서 세시풍습으로 남아있을 뿐 아니라


삶의 애환을 달래고 눈물을 닦아준 어머니의 품이고 다감한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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