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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낭만의 시선에 포착된 꽃무릇(석산)

 

 

자연적 대상물에 대해 과학은 관찰, 실험 등을 바탕으로 하는 순종이요,

사실로부터 일탈하지 않는 것이요, 사물의 본질에 인도를 받는 것이라면

낭만주의 운동은 이와 정반대다

 

 

낭만주의 전통에서는 직관, 자아의 상상력, 내적인 통찰과 같은 내면적 조건을 중시한다.

이것은 세계의 근거를 주관성, 혹은 정신에서 구한 관념론적 전통이기도 하다.

 

 

  

 

 

낭만주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의지'.

꽃무릇이란 대상물에 대해 관조함으로써 정열적 의지로 가치를 창조하려는 것이다.

과학과 같이 가치에 대한 지식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하고 개성적인 작가의 주관과 세계관이 나타난다.           

모방도, 순응도 없다. 따라야 할 외적인 규칙이나 구속도 없는 자유분방함이 배어 나온다.

 

질서, 냉정, 조화, 균형, 이상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낭만주의는

개성, 주관, 비합리성, 개인, 자연, 환상, 상상력, 초월 같은 특징이 주를 이룬다.

 

 

 

 

                                                 또 하나의 요소는 '절대적 구조의 부정'이다.

사물의 절대적 구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야 할 모범은 없다.

존재하는 것은 쉼없는 흐름이며 부단한 자기 세계의 창조다.

 

우리의 의지에 따라 사물을 빚을 수 있는 것이며

우리가 창조하는 행동의 결과로 사물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예술 작품이든 단순히 모사나 지식의 단편에 불과한 것

그리고 과학처럼 주의 깊게 관찰한 것을 명료하고 정확하고

과학적 방법으로 기술한 결과물은 이미 죽은 것이다.

예술 작품은 생명력을 지닌 것이다. 한 송이의 꽃을 예찬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꽃을 바라보며 어떤 힘과 권능, 에너지, 생명력, 터질 것 같은 활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아래 글은 작년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꽃무릇’(석산)이다.

이 글을 재포스팅 하는 까닭은 낭만주의의 이론을 배경으로 다시 보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적, 정신적 욕구와 경향을

유사한 이론적 준거에 비추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부단한 자기 이해의 노력이요 자기 성찰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포스팅한 자료>

 

 

한가위를 넘긴 秋夜의 청량한 기운이 사람의 목덜미 옷깃을 파고든다.

隱逸한 악사들의 연주가 蕭瑟 바람에 뿔뿔이 흩어졌다가 우루루 모인다.

 

여남은 날 전에 연두빛 기둥들이 솟구쳐 오를 때는

그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었다.

宿願을 이루려 晩秋의 스산한 뜰에 홀연히 등장한 꽃을

 

꽃무릇(석산)이다.

대엿 그루가 파리해진 훍더미를 헤집고 돋아나더니

이내 대엿 장의 손들이 무대의 장막처럼

간절한 염원을 기원하는 合掌으로

바람마저 숨을 고르며 기다리던 몇날이 지나고

현란한 紅衣를 입은 요정들이 피어난다.

 

공간에서 곡선의 미와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본다.

사랑하는 연인은 상대를 포옹하기 위해

두 팔을 벌려 곡선으로 공간을 만들어 포옹하며

서로간에 접촉하는 면을 최대한 늘려간다.

 

 

꽃무릇 꽃잎들은

細腰(세요)의 여인처럼 한껏 허리를 젖히며

요염한 여인의 자태로 귀여움을 발산하며

사랑하는 객체를 포옹할 공간을 만들고 있다.

 

(중략)

차곡차곡 접혀 응축되어 있던

꽃들이 몸을 세워 일어나고

팔을 벌리고 향기를 쏟아내며

저 푸른 창공을 향해 절대적 자유를 누리며

꽃무릇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한다.

 

바람아 불어다오,

바람아 내 향기 올라타게 등을 구부려다오.

멀리멀리 불어 벌나비를 불러다오

벌나비들이 이 염원을 들어주어

씨앗들이 날아가 온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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