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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월이의 강강수월래(2)

 

 

 

 

월이는 장독대 앞에 촛불을 밝히고 정안수를 떠놓기 시작했다.

수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랬듯이 매년 이맘 때마다 해 오던 習俗습속이었다.

 

연중 가장 밝은 달을 지극한 정성으로 품으면 소원 하나를 天地神明천지신명께서 이루어주신단다.

달빛을 머금은 미소로 일러 주던 어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번민과 욕망에 정한수가 파르르 파문을 일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잔잔한 수면에 초승달이 떠올랐다.

자신을 굽어보며 천진한 아기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감동이 자신의 내면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했다.

 

 

 

저녁 식후에 동구 밖 빈 터에서 마을 부녀자들의 회합이 있다는 기별이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을 하니 이웃하는 세 마을의 책임자 몇 사람이 먼저 와서 손을 잡으며 반기는 것이었다.

속속들이 모여드는 부녀자들은 고된 노역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웃음을 띤 활기찬 모습들이었다.

 

 

강강수월래 부녀회는 모두 세 개의 마을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선돌레님이 정신적 지주가 되어

각 마을마다 대체로 20-30여명의 부녀자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마을마다 2-3명의 조교가 있어 원만한 인품으로 대원들을 보살피면서 민속놀이 기술 지도를 도왔다.

대원들은 자신과 같은 미혼 여성을 포함하여 50대의 부녀자도 있었는데

 나이는 제한을 두지 않은 개방형 모임이었다.

 

선돌레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 온화한 미소로 격의없이 인사말을 하더니

교육을 할 때는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톤을 높이며 열정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제가 오늘은 새로 입회한 월이 낭자를 위해 강강술래의 깊은 의미를 전해 드리고

춤사위를 가르쳐드릴테니 기존 회원들은 재교육으로 받아들여 주시오.

 

 

 

 

 

 

강강수월래는 천지인 사상을 바탕으로 한 민속놀이라오.

우리 조상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하늘을 숭배하며 인간 안에서 조화되는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어 왔는데 이것이 천부경 81자에 잘 담겨 있어요.

 

천지가 개벽하기 이전에는 혼돈과 무질서의 암흑이었지요.

그것을 천부경에서는 이라고 한다오.

여기서 분화된 것이 천,,인이라오.

 

좀 어려운 말로 천지인은 우주의 생성 원리인데,

하늘은 하나이면서 첫 번째요, 땅은 하나이면서 두 번 째요, 사람은 하나이면서 세 번 째인 것이오.

 

 

 

 

하나가 주체이면서 그 사이에 삼극이 있어요.

삼극은 고정적으로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力動的역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로 조화되는 것

즉 천지인 합일이 가장 이상적인 낙원이라고 여겼던 것이지요.

우리의 상징인 민족, ‘겨레, ‘글이 모두 하나(, 1)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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