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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월이의 강강수월래 (1)

 

월이야! 저 달을 바라보아라.

오늘은 비가 그친 뒤라 유난히도 달빛에 생기가 돋아나는구나.

마치 네 청순한 모습을 보는 듯한 초승달이로구나.

 

달도 사람처럼 나고 자라고 늙고 죽는단다. 그리고 환생을 한단다.

우리 여인은 밤하늘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이란다.

한낮에 뜨는 한낮의 태양이 熱火열화를 지닌 남정네인 것처럼.......

 

 

 

 

여인들은 주기적으로 달거리를 하지 않느냐?

그것은 우리가 달을 품기 때문이란다.

바다가 달을 품어 간물때와 찬물때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란다.

 

달을 품은 우리는 달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악기란다.

인생이란 저마다 하나의 악기가 되어 제 고유한 소리를 내며

하나의 노래가 되고 춤이 되는 것이란다.

이건 우리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지.

 

 

 

 

달꽃마을의 소리꾼인 선돌레가 월이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것은

몇 년 전에 어머니를 여인 달이를 음으로 양으로 돌보는 이웃의 온정을 넘어

일종의 모성애에서 우러나오는 본심이었다.

 

 

 

 

금년도 한가위 강강술래 행사를 앞두고 대원 보충을 위해 부녀회에 입단하도록 권하는 자리였다.

皎皎교교한 달빛에 젖어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듯 辭說사설을 늘어놓았던 것이다.

 

월이는 생각지 못했던 제안에 놀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 자신도 어엿한 성인의 틈에 끼어

흥겨운 잔치에 한 몫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애 써 그런 마음을 자제하며 고개를 깊이 숙여 승낙의 예를 표시하였다.

 

 

 

 

선돌레라는 이 분이 누구던가?

남도에 널리 알려진 타고난 소리꾼이 아닌가?

 

일대의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청아하고 낭랑한 소리가

산골짜기 물에 옥구슬 흐르듯 한다는 세간의 칭찬이 그치지 않는 분이다.

 

게다가 사람의 감성, 그 섬세한 주름벽을 神氣신기가 들린 듯 긁으며 울리고 웃기는 명창이 아닌가?

그래서 월이 또래의 소녀들의 우상임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가 인정하는 기능보유자이기도 했던 것이다.

 

 

(다음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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