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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월이의 강강수월래(4)

 

어떤 권력자도 부자도 독점할 수 없게 달을 하늘 높이 걸어두고

大慈大悲대자대비로 온 세상을 구석구석 비추는 것을 볼 때마다

월이는 조물주가 참으로 위대하고 선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잃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등대처럼 희망의 빛으로

세파의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빛으로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이들에게는 낭만의 빛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달빛에 여인네들의 머리칼이 젖어 들었다.

고된 연습에 젖은 땀을 달이 식혀주고 닦아주었다.

 

항상 달이 미소로 그녀들을 지켜보며 수호신이 되어주는 것을 느끼며

달에 대한 숭배가 차츰 흠모로 연정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비가 오거나 차가운 겨울이나 그믐 때는 연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달빛이 훤한 여름에는 밤이 이슥하도록 춤과 노래가 계속되기 일쑤였다.

선돌레님의 입버릇처럼 외치곤 하는 훈계가 모두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월궁의 시녀들처럼 단아한 표정, 격조있는 동작으로

때로는 월궁의 여전사처럼 절도가 있어야 하오.

 

 

반복 연습을 통해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듯이 숙달을 해야 통일미를 갖춘

아름다운 춤이 되기에 모두들 구슬땀을 흘렸다.

 

 

 

 

이 강강술래 단원들은 契會계회와 품앗이를 함께 하기도 했는데

인간적인 유대와 친목이 강한 조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놀이가 쉽고 재미가 있었고 그런 놀이가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남생아, 고사리 꺾기, 청어 엮기, 지신밟기, 덕석몰이, 대문열기 등이 있었는데

그 때 그 때의 분위기에 맞추어 놀이를 바꾸어 가며 놀았다.

      단원들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지극했다.

같은 여인으로 함께 몸을 맞대고 거친 숨과 땀을 나누며 끈끈한 인간애가 자연스레 솟아났다.

하루하루연습을 할 때마다 절도 있고 통일된 동작들이

아름다운 춤과 노래로 엮어져 가는 것이었다.

 

 

 

 

온유한 달빛의 정기를 받은 그녀들은 예외적이고 돌출적이고 개인적인 행동을 자제했다.

그런 행동은 오로지 나 만을 위한 小我소아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철저히 배격되었다.

 

남들을 배려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달을 보고 깨달았다.

손에 손을 잡으며 통일된 동작과 노래를 부르며 서로가 한 몸이 되어갔다.

여인들은 자신의 가정과 마을을 위해 희생하고

자비를 베푸는 향기로운 작은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너와 내가 따로 없는 (강강수월래)

우리는 큰 하나라네. (강강 수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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