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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월이의 강강수월래(7)

 

 


 


이 고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강술래 민속놀이가 큰 잔치와 함께 열리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다른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월이도 이번 보름에는 처음으로 고운 분을 발랐다.


이번 보름에  바르려고 고이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달 떠 온다 달 떠 온다 강강수월래

우리 마을에 달 떠 온다 강강수월래

 

선돌레의 첫 메김 소리를 시작으로 진양조에 맞추어 모두들 손에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을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이 조심스럽게 떼었다.

달빛으로 환해진 대지에 발을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아기의 첫걸음이었다.

 

 

 

 

달빛이 월이의 가르마 골을 타고 걷자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풍긴다.

중중모리 장단으로 바뀌며 서서히 빨라지는 발걸음, 너울거리는 춤 사위다.

 

 

높은 마당이 깊어지고 강강수월래

깊은 마당이 높아나지게 강강수월래

 

단원들은 모두 기쁨에 벅차올라 어깨와 팔과 걸음에 흥이 넘쳤다.

선돌레님의 노랫가락에는 이제 한 판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자유인의 호방한 기세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 했다.

 

 

 

 

월이는 여인네들의 고달픈 세상살이의 한숨이 가락을 타면서

새로운 희망의 춤과 소리로 승화되는 것이 신기했다.

여자라는 운명의 사슬에 묶여 억눌리고 차별받던

여인네들이 진정한 자유인으로 거듭나는 듯이 보였다.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소속감과 해방감의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녀자의 신분으로 어디에서 이런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행동들을 할 있다는 말인가?

모든 구속과 고정관념에서 해방된 여인들의 해방구가 아니던가?

당당한 삶의 주체로써 대우받는 이 시간에 자신의 참 존재 가치를 깨달으며

행복감으로 충만해 옴을 섬세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좋은 달, 스러질 때까지 (강강수월래)

뛰어보세 뛰어나보세 (강강수월래) 

 

자진모리 장단으로 넘어간다.

빠르고 활발하게 전후좌우로 스치고 돌고 뛰고 날면서 신명이 고조된다. 

 

손을 맞잡으며 후끈거리는 체취로 다져지고 결속되는 공동운명체,

누가 이들을 떼놓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시대, 이 땅에서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삶의 향기가 불꽃처럼 피어오른다. 

 

두 팔을 치켜들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른다.

두 팔을 내리며 아래로 고개 숙여 땅을 우러른다.

 

 

 

 

지상의 향연를 굽어보던 달이 내려온다.

하늘과 땅이 만나며 내민 손을 잡고 빙그르르 돌아간다.

그 장엄한 신비에 사람이 기쁨에 겨워 노래하고 춤을 춘다.

셋이 하나가 되는 조화와 상생의 꿈이 이루어진다.

 

장단이 빨라지자 월이의 가슴이 뛰면서 벅차 오르기 시작한다.

움켜 쥔 손은 타인의 손이 아닌 달님의 손이다.

달님에게서 꿈 속에 그리던 어머니의 땀내음이 났다.

무리들이 한 몸이 되어가며 自他자타의 구별이 없어진다.

 

 

 

 

세상에는 오로지 달님과 어머니 품 같은 땅과 자신 뿐이다.

셋이서 한데 어울려 빙글빙글 돌아가며 대지의 향기에 취하며

무애자재의 창공에 너울너울 춤을 춘다.

 

지난 옛날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다.

월이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지난 시절의 서러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맺힌 가슴이 뻥 뚫리면서

일순 歡喜환희와 悅樂열락으로 변하면서

볼을 타고 짭짜름한 눈물이 입으로 흘러든다.

 

지금 이 자리가,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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