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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인연의 방주(1)

 

 

銀婚方舟(은혼의 방주)

 

나는 因인이 되고 당신은 緣연이 되어

강에 청실홍실 수놓은 방주 하나 띄우고

노를 젓고 상앗대를 밀던 홍안의 두 사공

 

샛강에서 발라드 같은 속삭임으로 키우던 꿈이

때론 거친 여울살에 비틀거리다 한숨을 토하며

통과의례처럼 스쳐온 숱한 포구들을 지나

어느덧 25년 볕살이 차곡차곡 쌓인 반백이어라.

 

무상하여라.

대하에 뜬 별빛처럼 스러져간 살붙이들

또 다른 인연으로 생겨난 살붙이들

 

그리워라.

강변 자갈밭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난날의 밀어들

물굽이 돌아가는 산허리에 남겨 둔 젊은 날의 푸르름

억새밭 어딘가에 스며있을 고단한 땀내음

 

흘러간 강물은 거스를 수 없어도

흘러온 강변을 거슬러 올라가다.

새 여정을 위한 다짐으로

 

2005 여름

 

 


 


 


느닷없이 이 글을 추억에서 꺼집어 내는 까닭은


며칠 째 움켜 쥔 인연이란 화두 때문이다.


 


흔히들 은혼이라 일컫는 2005년 여름에 스쳐온 인생의 포구들을 다녀왔었다.


부부가 인연이 닿아 인생의 강에 작은 방주 하나 띄우고


25년을 살아온 과정을 회고한 글이다.



 

다시 10년이 지나고 몇몇 포구를 지나왔을까?

말간 하늘에 구름 한 점 피어나더니

초저녁엔 작은 별 하나 돋아나

내 방주 위로 여린 별빛이 들어온다.

 

 

因緣生起인연생기의 징조다.

우러르며 옷깃을 여민다.

 

 

(다음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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