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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월이의 강강수월래(6)

 

 

달이는 차츰 자신에게서 달이 뜨고 있다는 직감을 가졌다.


그것은 젖가슴이 봉긋이 솟아 오르면서 부터였다.


게다가 몇 년 전에 첫 달거리에 얼마나 당황하고 했었는지 모른다.


 


자신이 바다와 같아서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달거리를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다.


! 그 비릿한 바다 내음이 바로 달의 향기였던 거야.


이렇게 독백을 하였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대상에 대한 아련한 연정이 솟아나며


미묘한 감정의 출렁거림으로 얼굴이 달아올라 홍조를 띄기도 했다.


 


 새로운 희망에 막연한 불안감이 뒤섞이는가 하면 세상이 평화롭게 보이다가


순식간에 모질고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야릇한 감정이 달무리처럼 뿌옇게 자신을 덮는 것이었다.


 


그래 맞아. 내 몸에서 달이 뜨기 시작한 것이야.

이제 완연한 여인의 되어가는 것이야.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스스로 풀어야 하는 우주의 신비, 그 깊은 고독에 고뇌하다가

비로소 내리게 된 결론이라 값진 것이기도 했지만 때론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어젯밤에 월이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듯 하는 선돌레님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여인네들은 달과 비슷한 운명이란다.

우리도 달처럼 자라고 예뻐지고 늙어가는 것이란다.

월이 같은 한창 시절은 아름다운 꽃이 피는 보름달이지.

그런 시절에는 남정네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연분을 맺으며 자식을 낳고 기르다가

그믐달처럼 우리도 늙어가는 것이란다.

 

세상을 떠난 네 어머니는 서쪽 하늘에서 수명을 다한 달과 같아.

태양과 달은 수명을 다해도 순환의 섭리가 있지만 사람은 육체가 다시 환생하지는 못한단다.

그 혼이 환생하는 가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조금씩 달라서 나도 잘 모른단다.

 

 

가만. 월이가 몇 살이던가? 월이도 이제 달거리를 하겠지?

아이! 부끄럽습니다.

스승님. 그 이야기는 이전에 이미 해 주셨어요.

그래 그래 그랬었구나.

 

 

 

 

 

 

팔월 대보름 둥근 달이 오른다.

다른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월이도 이번 보름에는 처음으로 고운 분을 발랐다.

이번 보름에는 이 고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강술래 민속놀이가 큰 잔치와 함께 열리는 날이다.

 

 


칠흑 같은 혼돈과 무질서에 빛이 생겨나 세상 만물을 비추는도다.

온 세상아 찬미하라. 이 경이로운 창조의 순간을 찬양하라.

 

 

 

 

동산에 떠오르는 달은 대자연의 장막을 걷고 무대로 등장하는 화려한 주인공이다.

예전에 보던 그런 달이 아니었다.

월이는 여태껏 이번처럼 간절하게 보름달을 기다린 적이 없었다.

이 보름달은 월이의 첫 보름달, 첫 사랑, 진리에 눈을 뜨게 만든 開明개명의 달이었다.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고 떠 올랐던 지난 시절의 달은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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