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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알밤을 주우며......

 

지난 여름에 밤꽃 비릿한 향을 풍기던 밤나무 숲,

벌어진 밤송이에서 떨어지는 알밤들

 

따가운 햇볕이 과육을 키우고 익게 하고

서늘한 달빛이 영양으로 맛들게 하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꽃을 피우고 잎을 무성하게 하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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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시간들이 무한 베품으로 승화되는

이 찰나는 숭고한 아름다움의 극치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선물이다.

아무 조건 없이 주어지는 한량없는 은혜다.

 

 

 

 

밤을 줍다가 문득 만나의 의미를 묵상한다.

하느님의 백성들이 애굽의 땅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에 이르기 위해 황야에서 굶주릴 때

하늘에서 내려 온 만나를 먹으며 구원의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양쪽 바지 주머니가 불룩할만큼 주웠으니 한 오멜이 넉넉하리라.

광야의 생활에서는 이 양식이 얼마나 소중할 것인가!

하느님께서 베푼 은혜에 절실한 기도로 감사할 것이건만

그저 간식거리 정도로 여기는 나는 황야의 절실함에서 벗어나 있다.

 

 

 

 

 

만나를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아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호주머니가 불룩함에 자족한다.

큰 포대에 한가득 담아서 저장해 두려고 했으나 밤벌레가 기어코

썩게 만들었던 작년을 반면교사로 삼는다.

 

지금은 우체부 아저씨가 부지런히 밤을 줍고 있다.

그의 호주머니도 불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