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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들국화 한 움큼

 

들국화 한 움큼을 수반에 올린다.

 

들국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충동이 솟구친다.

봄이 춘흥에 가슴 부푸는 여인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서글픈 사색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남정네의 계절이다.

 

조석으로 찬 바람이 일며 곧 서리가 내릴 것이다.

푸르던 날의 왕성한 추억을 간직한 나뭇잎에 노을이 들고

얼마지 않아서 그마저 떨구고 빈 가지가 쓸쓸하리라.

풀벌레들의 구슬방울 굴리던 소리에 처량한 기운이 배어난다.

 

 

 

 

 

이런 쓸쓸한 계절에 뜰의 모퉁이에서 묵묵히 피어나 우리를 위로하는 꽃

 

들국화는 가을 꽃 중에서도 더욱 淸楚청초한 꽃이다.

화려하지도 복잡하지도 가탈스럽지도 않은 꽃이다.

서리를 이기는 기개를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피어서

사색의 벗이 되고 겸손의 표양이 된다.

 

들국화 향기를 코를 맡으려 하는 것은 천박하다.

들국화에게서 배우고 들국화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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