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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벗,지인과 함께)

도라지 나들이

 

오빠회가 이번에는 팔공산 뒷자락 경관 좋은 천종복 교감선생의

택지 예정지인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에서 열린다.

 

그간 참석이 뜸했지만 이번에는 필참하리라 작정한 것은

후배 선생님의 전원주택 조성 예정지에서 열리는 첫 모임이기 때문이다.

 

조성한지 5년이 되었는데 지금은 주말 농장겸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다.

 

 

 

 

일견 휑한듯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천 교감선생님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조성되어가는 중이다.

나무 한 그루, 큰 돌 한 개까지 공을 들인 흔적이 배어난다.

 

 

 

 

 

 

 

 

 

이번 나들이에는 도라지가 오랜 추억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5년 전에 심어둔 도라지 몇 뿌리를 캐낸다.

일부는 뇌두가 녹았지만

 

흐악!

엄청난 대물 도라지 몇 뿌리가 모두의 시선을 독점하며

캐내는 괭이와 호미질이 조심스러워진다.

 

 

 

 

세 시간을 족히 걸려 대물 세 뿌리를 포함해 십여 뿌리를 캐낸다.

모두들 도라지가 이렇게 큰 게 있느냐며 놀란다.

 

 

 

 

 

 

자! 이제는 공동 수확한 노획물을 즉석에서 즐기는 요리다.

도라지에 양념을 발라서 굽는다.

도라지 싸한 맛에 목이 아리하다.

일부는 굽고 일부는 생것으로 일부는 도라지를 넣어서 삶는다.

 

 

 

 

술잔이 돌아가며 흥겨워진다.

이 모임은 경북대학교 사대출신들인데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서로 호형호제하며 친숙하고 스스럼 없는 사이라

직장의 동료 차원을 넘어서서

삶의 이웃으로 늙어서도 끈끈한 관계가 유지될 것 같다.

 

 

 

 

삶의 즐거움과 기쁨은 사소한 일에서 부터 누리는 것이리라.

지난 번에 영양에서 잡은 물고기로 추어탕을 만들고

뼈를 걸러낸 부산물로 구워낸  '민물고기 어묵'이라며 즐겁게 시식을 한다.

 

이호준 연구사의 작품이라며 어린이처럼 깔깔거리며 재미를 나눈다.

그렇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맛갈진 음식과 격조높은 분위기가 아니다.

소박하고 소탈하게 서로 소통하며 끈끈한 유대를 다지는 것이리라.

 

 

 

 

밤 늦게까지 정담을 나누고 화투놀이를 하다가

아침에는 도라지 대물 토종닭을 삶아서 식사를 하고

인근의 은해사 나들이를 한다.

 

 

 

 

우리 모임의 막내이자 엔터테이너, 유일한 여자 선생님이다.

지난 번에 일본 여행을 함께 하기도 한 예쁜 후배다.

나는주라는 아호로 부르기도 한다.

空舟와 公主의 의미를 지닌 은근한 해학이다.

 

은해사 축대와 돌담의 아름다움이

자기 때문에 위축되는 것 아니냐며

익살을 부리기도 한다.

 

 

 

 

안녕! 우리 오빠들!

사랑스런 후배들이여!

다음에 만날 때까지......

 

 

 

                                                               (회원들에게 내가 제작한 솟대 한점씩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