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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지오돔 - 만추의 온기를 쬐며

 

천궁으로 귀가하는 태양이 종종 걸음으로 다급해진다.

그 열화 같던 기세로 치켜 세우던 어깻 죽지가 쳐지고

말없이 핼쓱한 낮빛이다.

 

이렇게 한 시절이 가고  또 한 시절이 오는구나.  

  

 

 

 

화살나무 붉은 잎들이 햇살을 받아 낮술에 취한듯 붉디붉다.

그 잔가지에 지금 막 포로를 내려 앉으며 꽁지 깃을 터는 곤줄박이가

힐끗 나를 쳐다본다.

 

 

 

 

아직은 온기를 머금은 볕을 모으자.

볕이 잘 들도록 온 사방을 아스테이지 비닐을르고

비닐을 투과한 볕이 머무르자 온기로 충만해진다.

 

 

 

 

 

바람을 막는다.

바람에 휩쓸리며 체온을 잃어가던 파리한 볕들이

우루루 쇄도하며 안방 같은 포근함이 피어오른다.

 

 

 

 

온상을 만들어 채소의 씨앗을 묻어두고 기다린다.

작은 생명들이 따스한 온기를 덮고 땅의 향기를 맡으며

제 가슴을 열어 싹을 틔울 것이다.

 

 

 

 

겉옷을 벗고 따스한 볕에 풍덩 온 몸을 담근다.

온기가 곧 혈관을 타고 흐른다.

 

바람에 수더분해지고 파리해진 화분 몇을 이랫목으로 옮기고

작은 테이블을 옮겨 볕을 즐기며 사색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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