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새에 느티나무가 자잘한 잎들을 거의 다 떨군다.
소슬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들이 잠 순간 천상 유희를 하더니
지상에 뒹굴며 바람 가는대로 몸을 맡긴다.
푸르럼을 잃은 부황 든 얼굴
사지가 오그라들었다.
이제 형상을 잃고
이제 색을 잃고
이제 목마르지 않다.
그 한 잎을 들어 가만히 살펴보니
어떤 소리가 들린다.
한 톨의 씨앗이여, 새겨 들어라.
민들레나 박주가리 같은 성능 좋고 화려한 비행선이 너희들의 정착지로 인도하지 않으리라.
오로지 바람결에 운명을 맡기노니 혼신의 힘을 다해 붙어 있어야 한다.
시련의 날이 지나고
네 한 톨이 싹을 틔우고 자란 큰 그늘에
수많은 새들이 깃들일 왕국의 영화가 도래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