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간다.
일 년 전의 새 해가 과거가 된다.
새해가 올 것이다.
다가올 새해도 일 년 후에는 과거가 될 것이다.
흐르는 시간의 강에 둥둥 떠가는 삶이어라.
산다는 것은 시간의 종착역인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리니
내 존재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겸손해져야 하리라.
남들은 이맘때만 되면 ‘多事多難다사다난’이란 상투어를 곧잘 사용한다.
소시민적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그럴만한 특별한 사건들이 별로 없다.
내 삶의 역사에서 특별히 기억할만한 일도 없는 그저 평이한 한 해였다.
다만 뜰을 바람처럼 거닐면서 늘 보던 꽃을 새롭게 대하고
공방에서 넋을 놓고 몰입하기 일쑤였다.
서재의 책들이 부산하게 자리 이동을 했고
인문학 강의가 옛 이야기처럼 구수하게 들려왔다.
내 눈매가 더욱 그윽해졌는지
내면의 심연이 더욱 깊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한 해 내가 건강하고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지낸 것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모두가 제 꿈을 향해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보람과 성취의 기쁨을 누리기 바란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몇몇 블로그 친구들에게
따뜻한 눈길로 보내는 감사와 변함없는 우의를 다짐하며
그들의 가정에 평화의 축복이 깃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