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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남포와 반딧불이

 

반딧불이가 실종되었단다.


어둠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아이들을


관제탑 유도등처럼 순수와 낭만의 길로 이끌던 불의 요정들


백 개는 비추어야 1룩스나 될까한 서치라이트


그 희미한 빛을 생산하기 위해


풀잎 이슬 머금고 두엄더미에서 꿈을 꾸며


혼신의 힘으로 꽁무니에 발광기를 가동하던 반딧불이가......



 


 


양로원 같은 도회지 골동품 가게에 걸린 남포 하나


숯 검댕 심지에는 한 생애를 묻고


살림 밑천 누렁소의 산통을 삭이던 마굿간의 밤과


손 때 묻은 주인 떠난 상가(喪家)의 밤을


반추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갓머리가 하얀 걸 보면 오래 외로웠다는 것인데


많은 손님들의 손길은커녕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가게 셔터가 기약 없는 내일로 허탈하게 내려질 때


수려한 자태의 수은 가로등이 자동으로 켜지며


다시 한번 남포는 태생적 설움을 곰씹는다.

 


 


반딧불이가 얼마만에 어디로 돌아왔다고


뉴스 앵커맨이 반딧불이처럼 천진스럽게 눈을 깜빡이던 날


네온사인 화려한 도시의 일상을 탈출하는 사내 하나


기어코 남포 하나를 들고 반딧불이를 찾아 나선다.

우리 안에 있는 피안의 섬,


그 섬으로 가는 끊어진 뱃길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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