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동의 밤
해가 터벅 걸음으로 산마루를 돌아가면
벌써 골짜기 눈꺼풀에는 잠이 묻어온다.
아직 산마루에 餘光이 걸렸는데
이윽고 산등성이마저 졸기 시작하면
구천동 나무들, 바위들, 산새들까지
모두 꼭대기로 올라 서로 손을 맞잡는다
세상은 이제 한 가닥 부드러운 線이 되어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餘光이 꺼지기 전까지 온 세상이
어화둥둥 돌아간다.
그 능선 다가와 내 손을 잡고
어화둥둥 돌아간다.
기분나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살다가
홀로 구천동 계곡에 며칠 째 머무르면서
산이 잠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물아일체의 즐거움으로 자연에 동화되던
그 순간의 판타지를 놓칠 수 없어서
정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