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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천자산 정상에서

천자산 정상에서

 

1.


천자산에서는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2.

무례한 케이블카는 미인의 오똑한 콧날이며

미끈한 허리춤 같은 은밀한 곳까지 훔쳐내는데도

여인은 품에 안고 저고리 섶까지 열어

백설로 화장한 가슴에 품어주었다.

 

고고한 기품, 충천하는 기상은

깎아 세운 암벽 허리 아래로 구름을 밀어내고

자애로운 모성애는 위엄 넘치는 돌산을 가꾸어

세월에 부르트고 갈라진 피부 틈지기마다 흙을 품어

전신을 내어 주고 나무와 공생하는 생명의 봉우리

천자산 秘苑에 초대된 천하의 봉우리들이 달려와

서로 뽐내며 제 전설을 토하는 듯 서 있구나.

그러나 봉우리는 안개꽃처럼 서로 다투지 않으니

천자산은 과연 후덕한 경국지색이로구나.

 

무슨 소망 있길래 봉우리 하나하나

하늘 향해 기도하는 교회 첨탑 되었는가.

천지간의 사다리 되어 선녀를 모시려는가.

운무 타고 풍류 즐기는 신선의 옥좌이던가.

 

천자산 꼭대기에 서면 온 세상 한 눈에 들어오고

인간 세상 사는 이치 절로 깨우치는구나.

운무 아래 세상 근심 부질없음을 노래하네.

하늘이 빚은 절경으로 눈을 씻고 가슴에 희열 벅차 오르니

지금 내가 신선이 아닌가?

 

 

(2002년 중국 여행을 하며 천자산에 다녀왔다.

첫 눈이 내려 설국으로 변한  이국의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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