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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섬진강 늪에서

 

  

섬진강을 따라 흐르다 늪에 들었다.


흐르지 못해 사무친 것인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거품을 물고 현기증으로 비틀거리다


샛강을 달려오던 거칠어진 숨을 가라앉히고 있다.


느리고 지루한 시간이 얼마를 머무른 것인지 조개 빈집에는 오랫동안 뻘흙이 산다.


 

 

삶과 죽음의 함정이 음산한 적막으로 위장하고 있다.


맹조에 살점을 죄다 뜯기고 남은 날갯쭉지에서 소리 없는 비명의 파문이 퍼져간다.


살아남기 위해 물옥잠도 숨을 죽인 채 잠복 중이고


뻘은 도둑고양이 같은 발걸음마저 덫으로 유인한다.


 

 

늪은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지우고 사람의 그림자마저 묻어 버려 돌아갈 길이 막힌 나는


이 높고 견고한 성의 포로가 된다.


갈대 잎 성성한 창칼이 몇 겹으로 나를 겨누고 수렁은 쇠사슬처럼 발목을 옭아맨다


 

끼이이 끼르르르....... 푸드드드득.........


잠순간에 물고기를 낚아 챈 득의양양한 왜가리의 비상으로

홀연듯 부동의 적막은 깨지고

강둑에서 통발을 내리는 할미가

부유물 같은 침입자를 힐끔거린다.

이렇게 늪은 끝이 나고.........


 

 

 

돌아보면 누구나 자기 안에 늪을 몇 개는 갖고 있는 법,


진펄에서 허우적대거나 서성이며 항상 앞만 보며 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


흐르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래서 머물러 깊어지는 법을 배우고,


말없이 돌아보며 자기 안으로 침잠하게 되고


유장한 대하로 완성되려는 처절한 수행 중인 것을.........

 

아! 그랬었구나!


생명을 품고 있어서 청정하게만 흐를 수 없었던


자궁 속의 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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