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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당의 문인화방

국화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서정주 시인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라고 합니다.

시인은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그는 아마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국화 이미지를 떠올렸을까요?

국화꽃의 아름다움과 국화향 그리고 국화의 생태를 살피며 가슴을 졸였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 소쩍새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까요?

그는 아마 많은 밤을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소쩍새 울음으로 위안 받는 깊은 밤이 있었을 것입니다.

 

국화는 동양화에서 사군자로 불립니다. 국화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입니다.

군자란 원래 동양 사상에서 지향하는 최고로 완성된 이상적인 인간상입니다.

수많은 꽃들 중에서 국화가 그런 예우를 받는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서리가 내린 후에도 꿋꿋이 그 향을 간직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지조라는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아내인 서한당은 그림 그리는 선천적인 뛰어난 재능도 불타오르는 열정도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재능과 열정이 넘쳐서 짧은 기간에 많은 상을 타고 작가가 되어

스승의 울타리도 타고 넘으며 자신의 경지를 펼쳐 나가는데

그녀는 소걸음처럼 뚜벅뚜벅 걸으며 자신에게는 과분한 일일 뿐이러고 합니다. 

그저 그림 공부하는 일이 좋아서 많은 서화집을 감상하고 잡지를 보며 공부할 일이 태산처럼 높다고 합니다.

어떤 전람회에서 그녀의 수준을 폄하하는 제게 담담하게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초보자라고 할 뿐입니다.  

아직 문인들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한학과 글씨가 턱없이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 때 논어를 배운다고 지역의 한학자인 이희특 선생께 논어의 기초 정도는 공부를 했지만 그게 어디 공부랄 수 없잖아요.

 

참으로 이 공부는 끝없는 자기 수양이라고........

평생을 바쳐도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것이라고........

하며 오늘도 국화를 그립니다.

 

자식들이 모두 멀리 떠나서 텅 빈 방에

묵향만이 가득합니다.

 

위 국화 그림의 화제는

 

微草幽貞趣 正猶君子人 斯人不可見 徒與物相親!

      (미초유정취 정유군자인 사인불가견 도여물상친)

~숨은 듯한 풀의 그윽하고 곧은 풍취야 말로 바로 군자의 사람 됨 같다

   이 사람을 볼 수 없으면 헛되이 물건과 서로 친할뿐....!~

 

구도를 고민하다가 줄기를 생략하고 화병에 꽂은 절지화를 택했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