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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유지화의 부포 춤 - 정읍농악 부포놀음의 명인

 

욕망이 이끄는 대로 맡겨두는 일상은 규칙적이지 않다.


물이 흐르다가 고이고 여울지고 구비를 돌아가듯.......


며칠 째 우리 춤, 우리 가락에 빠져 흥겨운 나날이다.


 


 


 

 

진옥섭의 노름마치를 읽으면서 우리의 소리와 춤에 관심을 갖게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


이번 설을 맞아 세시풍속과 관련된 글을 몇 줄 가다듬으니


노름마치 예인들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난다.


 


 


유지화의 부포놀음을 동영상으로 몇 번을 돌려 보았을까?


수십 번을 돌려보아도 직접 가서 보는데 미치지 못할 것이며


수십 번을 가서 본들 직접 쇠를 두드림만 못하리라


하물며 평생을 쇠잡이로  살았던 예인의 삶이 응축된 10분짜리 공연을


무료로 감상하니 행운이 아닌가.


 

 

 

 

 

 

호남 우도 농악인 정읍농악 예능 보유자인 상쇠 유지화의 부포놀음에 내 반나절이 금방 흘렀다.

노름마치의 상모 위에서 홀연 피었다 속절없이 지는 연꽃이 내 감성의 호수에 던진 돌멩이질이었다.

가무에 취해 살아왔던 60년 인생이 무대 위에서 연꽃으로 환생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파란많은 인생은 놀음판에서 피고 지는 꽃이었다.

야외 마당놀이거나 무대는 가난과 멸시의 진흙탕이었다.

그러나 타고난 흥과 끼를 어찌하랴.

 

소리와 춤에 끌려 학교를 박차고 권번을 넘나들었던

고난 속에서 피워 올린 연꽃이라 감동을 준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흥겹다.

거들먹거림도 흥이 되고 아름다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걸음은 정중(靜中)의 동()으로 가는 걸음이요, 환락을 구하는 몸부림이요, 구경꾼들에게 다가가는 유혹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당당한 걸음에는 자존과 한 우물을 판 의연함마저 배어나온다.

 

 

예인은 걸음걸이만으로도 춤이 되었고 관객은 흥에 취한다.

연신 무릎을 굽히고 펴면서, 다리를 들고 놓으면서, 빙그르르 돌아간다.

나뭇가지를 건반 삼아 통통 건너가는 가는 새처럼 날렵하게 예인은 소요유(逍遙遊)에 드는 것이었다.

 

 

 

 

 

그녀의 고갯짓에 부포가 피고 진다.

두루미나 고니, 타조 등의 깃을 달아서 만든 부포가 꽃이되어 장중의 시선을 빨아 당긴다.

흰 부포는 무대의 뒷배경이 검을 때 더욱 환상적이다.

고개를 한 바퀴 돌리자 바람이 따라와 사방으로 꽃잎을 날린다.

 

 

한 번의 꺼덕임에 꽃이 안개처럼 몽글다가 홀연 피어난다.

부포를 세우고 관객 가까이 다가왔다가 뒷걸음질을 하는 장면은 이 놀이의 절정이다.

연꽃이 봉긋 피었다 금새 지고 마는 연꽃의 연속 동작에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환호한다.

내 마음의 호수에 파문이 일고.... 눈물이 질금거린다.

 

 

 

 

  

 

우리의 농악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삶의 즐거움과 위안을 주던 대표적인 민속놀이다.

농악을 통해서 삶의 역동적인 힘을 북돋우고

생명과 창조와 다양성의 원리가 그 안에 농축되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농악이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은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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