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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정월대보름날의 축제

 

친구야!


내 더위 가져가게.”


정월대보름날의 인사를 옛날식으로 한다네.




 


오늘은 친구와 함께 지난 시절의 추억을 돌아보며 그리움을 달래보자구.


정월대보름날은 사람과 대자연이 하나가 되어 누리는 대축제가 아니던가!


일년 사시사철마다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빌고 점을 쳐보세 잉.


아마도 한 해의 행운이 우리에게 한 바구니 가득 쏟아질 것이네.


 

 

 

반세기 전의 우리 모습이 눈에 선해 부럼 깨물기로 오늘을 시작하세.


! 여기 땅콩이 있네. 호두도, 잣을 먹으며 부스럼이 없이 살아가세.


나는 콧물을 훔치던 소맷자락이 윤기 있게 반짝이고


자네는 머리통에 곳곳에 부스럼이 많았어도


새까맣게 빛나던 우리의 눈망울은 순수했었지.

 

 

 

 

어제 거창 장에 갔더니 시장 골목마다 할머니들이 벌인 좌판에


장사진을 이루며 보름 준비를 하더구나.


거창에는 정월대보름이 여전히 펄펄 살아 숨쉬는 명절이라네.


오늘 우리 친구들끼리 추렴을 하세.


각자 쌀 한 됫박에 부럼으로 할까, 현금으로 만원만 할까?


 


거창 재래 시장에 가서 오곡(찹쌀,찰수수,,차조,)을 사자구나.


그리고 허리가 제일 꼬부라진 할머니에게 가서


도라지, 고사리, 다래순, 취나물 사고 무우는 묻어 논 것이 있응께 되었고....


그래도 보름인데 거창 피순대에 막걸리 한 사발은 마시고 가야지?

 

 

 

 

점심 해 먹고 솔가지치러 산에 가세. 이제 동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응께누로


키만큼 달집을 세워두고 달맞이 하면 어떻겠나?


아참! 달집 문은 솜씨 좋은 자네가 해주게.


정갈하게 추린 짚으로 멋지게 꼬아서


우리 친구들 모두가 내내 화평하고 만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하세.


 


달집에 불 붙이는 일은 올해는 내가 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게나.


올해는 새 식구 하나 맞아들이고 싶어서.....


암탉 세 마리와 술은 내겠네.

 

 

 

달집에 불이 훤하게 붙거든 우리 두 손을 모아서 달님께 복을 빌고


솔가지에서 토닥거리며 튀는 불똥을 장단 삼아 어깨동무하고 놀아보세.




 


어화둥둥 놀아보세


손에 손을 잡고 돌아가세


어화둥둥 놀아보세.


저 달이 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