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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휴대폰 이야기

 

 

내 새카만 손전화기는 중고품으로 5만원을 주고 산 것이다.

하도 주위 성화에 못 이겨 얼떨결에 약속하여 새 전화기를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3개월도 안되어서 잔디밭에 떨어뜨린 것을 콜리란 놈이 뼈다귀 깨물 듯이 짓이겨 놓았었다.

다른 것으로 바꾸려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길래 하는 수 없이 구입한 것이다.

 

 

                        

 

 

 

바꾼지 5년이 넘었으니 최신형으로 바꾸라고 온갖 요술을 부리며 현혹을 한다.

가르쳐주지도 않은 전화번호를 용케 빼낸 귀신 같은 업자들 앞에 나는 눈도 끔쩍 하지 않는다.

카오톡으로 친인척 소통 전문가인 처제의 관리자 명단에서 큰 형부는 제외된다.

새로운 소통 매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퇴물 같은 존재라고 여기는 듯 하지만 어쩌는 수가 없다.

 

 

                

 

 

 

고집불통인 초로의 영감이라고?

전원생활을 하기 전에는 온 라인 송금을 할 줄 모르고,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빼내는 방법을 몰라

고심하기도 했던 일에 비하면 요즘은 꽤 능숙해졌다.

 

조금 전에는 어느 카드사에서 전화가 왔었다.

이전 주소로 우편물을 보냈는데 반송이 되어서 새 주소지를 알기 위해 몇 번이나 전화를 했었단다.

나는 나무작업을 할 때는 거의 전화기를 휴대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전화를 늘상 받아야 한다는 것은 노예들의 책무다.

새 주소지를 가르쳐 주었는데 몇 가지 확인을 해야 한다며

이전의 집 전화번호며, 카드결제일을 묻는 것이 아닌가.

예전의 집 전화번호도 알쏭달쏭하다.

 

 

        

 

 

나는 내가 무슨 카드를 몇 개 소지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늘 사용하는 카드 한 개만 안다.

그들이 정해놓은 매뉴얼에 따라 내가 살아야 하느냐는 불평은 말로 하지 않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을 내가 다 알아야 하느냐며 볼멘 소리를 하다가

종내 전화기를 내가 먼저 내려 놓으며 카드를 없애라고 하였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나를 왜 이리 바보스럽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인지.

나보다 훨씬 더 조직적인 부자가 가난한 개별자인 나에게 그리도 굽신거리는지.

나는 경제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사소한 일로 경시하는지

카드사나 전화사에게 별 볼 일이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세상에! 일가족이 내는 한 달 휴대폰 요금이 얼마인가?

전화기도 카드도 내 삶의 보조 수단일 뿐인데

그것 없이는 못 산다면 이미 그것에 종속된 삶이다. 

 

편리해지자고 하는 일인데 어쩌다보면 수단이 목적화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가치 전도현상이 발생하는 폐단이 속출한다.

인간 소외현상도 이런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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