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못에 개구리 한 마리 퐁당 뛰어들듯
빈 뜰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참 동안의 적요(寂寥)를 깨트린다.
빈 뜰에 포르르 잔디밭에 내려앉는 어치 한 마리
적갈색 머리칼에 희고 검은 꽁지, 날개 덮깃에 푸른 망토를 두르고
흰색과 검은색으로 멋을 낸 산까치다.
어치가 앉는 가지는 모두 건반이다.
어치는 피아니스트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처럼
사뿐히 건반을 누르고 통^통^통^ 건너뛴다.
저 발목에는 몇 겹의 용수철을 장착해 둔 것인지
너도 혼자로구나.
바람결 따라서 여기로 왔구나.
어디 조금 더 가까이 오렴.
조금만 더 머물다 떠나렴.
한참도 되지 않을 촌음(寸陰)이지만
어치가 머무르는 동안 나는 여린 나뭇가지가 된다.
그가 떠난 후에도 한동안 파르르 떨리는.......
(사진속 세상이야기에서 옮겨온 사진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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